암만 호텔 폭탄테러
요르단, 중동의 대표적인 미국 동맹국
‘중동 불안정 심화·테러 확산’ 빨간불
알 카에다 명의 성명 “우리가 했다”
중동의 ‘테러 안전지대’로 알려졌던 요르단에서 알카에다가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연쇄 폭탄테러로 큰 인명피해가 나면서 이라크전이 촉매가 된 테러 확산에 대한 경고음이 커졌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대한 반감을 밑거름으로 이슬람주의 무장단체가 힘을 키워 가면서 중동 불안정이 심화되고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위협도 커져가고 있다.
9일 폭탄테러는 요르단 암만 중심가의 미국계 호텔들인 래디슨사스호텔과 그랜드하얏트호텔, 데이스인호텔을 겨냥했다. 이 호텔들은 외국인 사업가들과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어서 이번 공격은 친미·친이스라엘 정책을 펴온 요르단 정부와 서방국들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10일 인터넷에 올라온 알카에다 명의의 성명은 “용사들의 그룹이 새로운 공격을 시작했다”며 “요르단의 독재자가 유대인과 십자군들을 위한 뒤뜰로 바꾼 호텔들이 목표물로 선정됐다”고 주장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요르단 군과 경찰은 암만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를 봉쇄하고, 외교공관, 정부 청사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는 등 초 긴장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라크,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동맹으로 꼽힌다.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은 아랍국가는 요르단과 이집트뿐이다. 제국주의 시절 영국과 프랑스의 중동분할정책으로 등장한 요르단은 친서방정책을 고수해 왔으며, 현 압둘라 국왕의 아버지인 고 후세인 국왕은 미·영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1차 걸프전에서 중립을 지키는 등 ‘줄타기 외교’로 유명했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과정에서도 요르단은 물자수송 등 중요한 구실을 맡고 있으며, 이라크를 드나드는 서방 관리들과 사업가들이 몰려들고 많은 이라크 부유층들이 피신한 암만은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전 이후 팔레스타인계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민들 사이에서 친서방 정책에 대한 불만과 반감이 커져왔으며 많은 요르단 젊은이들이 이라크 저항공격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라크 알카에다’ 지도자로 꼽고 있는 아부 무사브 자르카위는 요르단 북부 자르카 출신이며, 미국 정보관리들은 그를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요르단은 그동안 효율적인 정보기구를 통해 무장조직의 테러 계획을 적발해 왔으나, 이번 공격을 막지 못했다. 8월 남부 아카바 항구에 정박해 있던 미 해군함정이 로켓 공격을 받는 등 최근 테러 위험이 높아져 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이라크를 “무장세력 훈련장” “테러 양성소”로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최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연구소의 공동조사에선 이라크전 이전까지 테러 활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던 무슬림 젊은이들이 이라크의 현실에 분노해 저항세력에 가담하거나 자살폭탄 공격을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인도네시아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영국, 이집트, 요르단 등에서 자살폭탄 공격이 잇따랐다.
박민희 기자, 암만/주정훈 통신원 minggu@hani.co.kr
박민희 기자, 암만/주정훈 통신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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