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 헬기가 8일 남부도시 다르아의 반군 장악 지역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 다르아/AFP 연합뉴스
자국민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퍼부은 혐의를 받는 시리아 정부에 대해 미국이 전격적으로 공격을 단행한 데 대해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지지를 표명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특히 아랍권 언론에서는 이번 공격이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지 시리아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일회성 공격에 그쳤을 뿐, 시리아 내전과 난민에 대한 근본적 해법은 내놓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단행된 미국의 시리아 공격에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지지를 표명했다. 영국 정부는 미국의 공격이 “아사드 정권이 저지른 화학무기 공격에 적절하게 반응한 것”이라며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등도 이해 혹은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아랍 언론인 <알자지라>는 미국의 공격 의도를 의심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이 방송은 9일 “지난 3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이 아사드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며 “트럼프는 인도주의자도 아니고 시리아의 친구도 아니다. 시리아 공격의 이유는 자신에 대한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고 애국심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알자지라>는 또 논평에서 트럼프의 시리아 공격을 “편리한 주의 분산 도구”라고 표현하며 “만약 트럼프가 정말 시리아 어린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면, 그를 오바마보다 결단력 있게 보이게 해줄 군사적 공격이 아니라, 시리아 난민에게 미국을 개방할 수도 있었다. 시리아 공격은 트럼프의 심하게 낮은 지지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시리아의 인도적 위기를 완화시키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유럽연합(EU)과 유엔은 미국의 시리아 공격에 대해 “이해”한다면서도 “정치적 해법”을 강조하며 추가 공격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7일 “미국 공격이 화학무기 추가 사용을 막으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해 군사적 해법이 가능하리라 보지 않으며 신뢰할 만한 정치적 해법만이 평화와 안정을 담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 국민을 더 깊은 고통에 빠뜨리는 행위를 피하기 위해 자제를 호소한다. 분쟁 해결에는 정치적 해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