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 카다피가 2011년 11월 진탄에서 민병대 세력에게 붙잡혔을 당시의 모습. AP 연합뉴스
리비아의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둘째 아들이 연금에서 풀려났다. 무정부 상태의 리비아 사태에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지난 6년 동안 리비아의 진탄에서 한 민병대 세력에 의해 연금됐던 카다피의 둘째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44)가 지난 9일 석방됐다고 <비비시>(BBC)가 11일 보도했다. 사이프를 연금해왔던 이슬람주의 성향 민병대 ‘아부 바크르 알시디크 부대’는 그가 사면을 받아 석방됐으나, 대중 앞에 모습을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민병대는 ‘임시정부’의 요구에 따라 그를 석방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동부 투브루크에 기반을 둔 ‘임시정부’는 이미 사이프 사면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임시정부’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은 리비아 서부 트리폴리의 ‘거국합의’ 정부와 각축하는 세력이다. 트리폴리 정부는 궐석재판에서 사이프에게 사형을 선고한 바 있다. 사이프는 또 리비아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한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의해 수배중인 상태이다.
사이프는 2011년 반정부 봉기로 카다피 정권이 붕괴되자 모습을 감췄다. 아버지 카다피는 도주 중에 살해됐다. 그는 정권 붕괴 3개월 만인 그해 11월 니제르로 도주하려다 사막에서 체포됐다.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이프는 서방 세계에 난봉꾼으로도 알려졌으나 카다피 정권에서는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됐다. 그는 2000년 이후 카다피 정권과 서방 사이의 관계 개선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 정권 내에서 개혁파로도 지목됐다.
사이프의 석방은 리비아의 무정부 상태를 더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비비시>는 전망했다. 그의 석방은 그를 억류해온 이슬람주의 성향 무장세력들과 카다피 정권 세력의 협력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면을 발표한 투브루크 정부는 영향력이 큰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다. 리비아는 현재 트리폴리와 투브루크에 있는 두 개의 정부 외에도 시르테에서 이슬람국가(IS) 세력이 준동하는 등 170개가 넘는 무장세력이 할거하며 각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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