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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시집 낸 아프간 여성시인 남편에게 맞아 숨져

등록 2005-11-15 19:35수정 2005-11-15 21:31

시집 낸 아프칸 여성시인 남편에게 맞아 숨져-나디아 안주만
시집 낸 아프칸 여성시인 남편에게 맞아 숨져-나디아 안주만
“나는 우울과 슬픔에 잠겨 새장에 갇혔네…”
“나는 우울과 슬픔에 잠긴 채 새장에 갇혀 있다. 내 날개는 접혀 날 수 없다. 나는 고통 속에 울부짖는 아프간 여인이다”

탈레반 정권 아래서도 목숨을 걸고 시를 쓰고 문학을 공부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시인 나디아 안주만(25)은 최근 낸 첫 시집 <어두운 꽃>에서 아프간 여성의 처지를 이렇게 노래했다. 그가 최근 남편에게 맞아 숨지면서 탈레반 붕괴 이후 4년이 지난 지금도 뿌리깊게 남아 있는 아프간 사회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드러나고 있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안주만은 지난 5일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 남편에 구타당한 뒤 숨졌다. 그의 친구들은 안주만의 시집이 문학계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남편과 가족들은 여성이 공개적으로 사랑과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집을 낸 데 격분했으며, 이런 갈등이 결국 안주만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남편인 파리드 아흐마드 마지드 미아(29)는 “부부싸움을 하다 아내를 몇대 때리긴 했지만, 아내는 독약을 먹고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남편이 안주만을 때려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주만은 여성이 글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사형을 당할 수 있었던 탈레반 정권 아래서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었다. 당시 여성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교육은 바느질뿐이었기 때문에 안주만과 동료들은 ‘바느질 학교’를 연 뒤 몰래 문학을 공부했다.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자 안주만은 헤라트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그곳에서 남편을 만났지만, 문학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회적 편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안주만의 친구인 나히드 바키는 “안주만은 훌륭한 시인이었지만 다른 아프간 여성들처럼 남편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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