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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터키, 고등학교에서 ‘진화론’ 안 가르친다

등록 2017-06-25 16:21수정 2017-06-25 19:01

창조론 신봉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강화 움직임
정부 “논쟁적 주제 이해하기엔 학생들 너무 어려”
교사들 “과학적 가치관 따라 교육·항의할 것” 반발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1809~1882). <한겨레> 자료사진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1809~1882). <한겨레> 자료사진
터키 정부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하기로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정부가 현대 터키의 근간인 세속주의를 흔들고 이슬람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터키 교육위원회의 알파슬란 두르무시 위원장은 지난 21일 교육부 누리집에 동영상을 올려 “우리 학생들은 (진화론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배경과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다. 논쟁적인 주제를 이해하기에는 학생들이 너무 어리다”며, 진화론을 가르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월에 시작하는 학기부터 9학년 생물 교과서에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다루는 장이 삭제된다. 새 교과과정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고, 이번주에 최종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에르도안은 그동안 “독실한 세대”를 키우겠다고 여러 차례 얘기해왔다.

10만명의 터키 교사들이 가입한 노조의 페라이 아이테킨 아이도안 위원장은 “유치원에서도 진화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진화론은 생물과 생명, 자연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주제 가운데 하나”라며 “터키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교과과정에서 진화론을 배제하는 두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가 이슬람 근본주의인 ‘와하비즘’을 신봉하는 사우디 같은 국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이슬람은 기독교 창세기와 비슷한 창조론을 신봉한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터키 정부의 결정이 1923년 세속주의에 기반해 건설된 현대 터키의 정체성을 에르도안이 근본적으로 바꾸려 한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지난 5년 동안 에르도안 정부는 교과과정에서 이슬람 관련 내용을 확대한 반면 터키 건국의 아버지인 무스타파 케말과 관련된 내용을 줄여왔는데, 이번 조처도 그 연장선이라는 지적이다.

아이도안 위원장은 “터키는 지금 다시 설계되고 있다. 위험한 일”이라며 “우리 선생님들은 거리와 교실에서 항의를 할 것이며, 정부가 무슨 일을 하든 선생님들은 세속적이고 과학적인 가치관에 따라 학생들을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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