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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자 목 벨 것”…쿠데타 1년, 서슬퍼런 에르도안

등록 2017-07-16 16:52수정 2017-07-16 20:22

쿠데타 진압 1년 기념식서 “사형 부활” 재차 주장
전날 공무원 7400명 해고…‘정의 행진’ 무색케 해
“에르도안, 장기집권 위해 민주주의 종식시키려 해”
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쿠데타 저지 1주년 기념식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1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쿠데타 저지 1주년 기념식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쿠데타가 진압된 1년 전 새벽은 임기의 절반을 마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른 날이었다. 이날 터키 민주주의의 명운도 함께 갈렸다.

지난 15일 밤 에르도안은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순교자들의 다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지지해 모여든 수만명의 시민들 앞이었다. 1년 전만 해도 ‘보스포루스 대교’로 불렸던 이 다리는 지난해 7월15일에 일어난 쿠데타 진압 뒤 ‘7·15 순교자들의 다리’로 개명됐다. 국경일로 선포된 이날 쿠데타 저지 1주년 기념식에서 에르도안은 시민들에게 쿠데타 관련자 등 “반역자들의 목을 베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의회를 거쳐 내게 (사형제 부활) 법안이 올라온다면, 서명하겠다”며 유럽연합(EU)이 반대하는 사형제에 대해 다시금 찬성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7월15일 밤 군부는 탱크, 헬리콥터, 전투기 등을 동원해 방송사, 의회 등을 공격했지만 군인, 경찰에 이어 부엌용품을 든 시민들까지 뛰쳐나와 쿠데타에 저항했다. 쿠데타에 가담한 다수의 군인이 보스포루스 대교에서 항복하며 쿠데타는 약 6시간 만인 이튿날 새벽 진압됐다. 이 쿠데타로 240명가량이 사망했고 2200명 가까이 부상을 입었다.

쿠데타는 에르도안에게 정치적 기회가 됐다. 쿠데타가 진압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에르도안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지금까지 5만명 이상을 체포·구금하고 15만명가량의 군인·교사·공무원 등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대상에는 언론인, 인권단체 활동가 및 12명의 야당 의원까지 포함됐다. 에르도안이 쿠데타 정국을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인 공화인민당 대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는 “쿠데타에 대한 조사 시도를 정부가 막았다. 우리가 가진 제한된 정보로는 전복 시도 뒤에 있는 자들의 진정한 정체를 알기 어렵다”며 “정부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의원, 언론인, 학자, 법관들을 감옥에 넣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방어가 아니다”라고 <가디언>에 기고했다.

정치적 반대자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에르도안은 지난 4월 대통령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개헌 국민투표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에르도안은 2003년부터 권력을 쥐어 15년간 터키를 통치했지만, 이번 개헌으로 2029년까지 추가 집권의 길도 열었다.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됐다.

1년간 국가비상사태가 지속되며 터키 내부에서는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15일부터 이달 9일까지 25일간 이어진 ‘정의를 위한 행진’에는 100만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했다. 야당이 주도한 이 시위에서 시민들은 국가비상사태 아래 무너진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정의 행진이 끝난 뒤 일주일도 안 된 14일 테러에 연루됐다며 7395명의 공무원을 또다시 해고했다.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소네르 차압타이 연구원은 <가디언>에 “에르도안은 민주주의가 지속되는 한 터키를 계속 통치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이제 민주주의를 종식시키기 위한 조처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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