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 이슬람” 개혁의 중심인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4일 수도 리야드에서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리야드/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부터 여성이 스포츠 경기장에서 운동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여성한테 운전을 허용하겠다고 한 데 이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표방한 ‘온건 이슬람’으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시엔엔>(CNN)은 사우디 스포츠청이 “리야드, 제다, 담만에 있는 3개 경기장에서 2018년 초부터 가족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남성들만 출입이 가능했던 경기장에 여성도 출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다. <시엔엔>은 “(남녀를 어떻게 분리할지에 대한) 자세한 좌석 배치 계획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여성에게 스포츠 경기장 입장이 처음 허용된 것은 지난달 리야드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건국 87돌 기념식이었다. <비비시>(BBC)는 당시 이를 두고도 소셜미디어에서 격론이 오갔다고 전했다. 지지 의견도 많았던 반면 “신과 선지자는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애국심은 (남성과 여성이) 자유롭게 섞이며 품위를 잃는 것이 아니다”라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지난해 체포권이 없어져 대폭 축소된 종교경찰의 권한을 다시금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발이 만만찮지만 정부의 의지도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고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목표를 지닌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주 사우디를 “온건 이슬람”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사우디는 지난달엔 여성들이 일터에 더 쉽게 출근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에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여성에게 문을 여는 경기장들은 사우디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곳들로 골랐다.
경기장 출입 허용이 상징적 의미는 크지만 남성 후견인 제도가 남아있는 한 여성의 자유도가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우디 여성은 이 제도 아래 결혼, 여행, 취업, 병원 치료에 이르기까지 남성 후견인의 허락를 받아야 한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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