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단체’ 불구 2차 집계 72석 기염
‘친미·친이스라엘’ 반기 대안세력으로
이슬람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이 이집트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26일 치러진 2단계 투표에서 29석을 보태 지금까지 확정된 308석 가운데 76석을 확보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현재 의회의 15석에 비해 이미 5배 이상 약진한 것이다. 3단계로 나뉘어 444명(나머지 10석은 대통령이 지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은 다음달 7일께 끝날 예정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국민민주당(NDP)은 195석을 얻어 수적으로는 훨씬 우세하지만, 무슬림형제단의 약진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현재 확보한 76석으로도 무슬림형제단은 2011년 대선에 후보를 낼 수 있게 됐고 위협적인 야당으로 부상했다. 물론 이들은 1954년부터 불법단체로 지정돼 있어, 이번에도 무소속으로 150여명의 후보를 냈다. 그렇지만 합법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며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처음으로 “이슬람이 해법이다”라는 무슬림형제단의 강령이 로고와 함께 곳곳에 나붙고 웹사이트와 온라인 라디오를 통해 홍보를 하는 등 그동안의 금기가 대부분 깨졌다고 전했다.
1928년 설립돼 중동 전역 이슬람주의에 큰 영향을 끼친 무슬림형제단의 세력 확대는 이 지역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에프페통신>은 이집트 정부가 지난해 이스라엘과 무역협정을 맺는 등 친미·친이스라엘 정책을 펴는 데 대한 반발로 무슬림형제단 지지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한 이집트 정부의 ‘불편함’은 26일 선거 방해와 체포,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하루 동안 지지자 860여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의 투표를 방해하고 구타했다는 고발도 잇따랐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27일 유럽연합 후원으로 스페인에서 열리는 정상회의 참석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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