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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군사력 2위’ 회원국 터키 ‘친러시아 행보’…속 타는 나토

등록 2018-04-04 15:13수정 2018-04-04 19:52

러 푸틴 대통령, 4선 당선 뒤 첫 방문국 터키
러시아제 방공미사일체계, 원전 터키에 공급
에르도안 “양국 관계 독살 시도 물리쳤다”
“러와 군사협력 강화”…시리아 문제도 협력
멀어지는 터키 바라보는 미·유럽은 속수무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3일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앙카라/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3일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앙카라/타스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터키가 러시아에서 방공미사일 시스템과 원전을 도입하며 러시아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나토가 최대 위협으로 상정하는 러시아가 주요 회원국과 밀착하면서 나토와 터키의 틈은 더 벌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일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4선에 성공하고 첫 방문국으로 터키를 택했다. 둘은 지난해 8차례나 만났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쌓아왔다.

<로이터> 통신은 양국 정상이 터키의 첫 원자력발전소 착공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1200메가와트급 원전은 러시아 국영 원자력공사가 건설하며, 터키 건국 100돌이 되는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터키에 판매하기로 한 장거리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을 조기에 인도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S-400 방공미사일.
러시아의 S-400 방공미사일.
푸틴 대통령을 “소중한 친구”라고 부른 에르도안 대통령은 밀착을 경계하는 시각에 일침을 놨다. 그는 “양국 관계를 독살”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모든 도발을 물리치고 우리 관계는 강화됐다”고 말했다. 군사협력을 더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양국은 러시아는 바샤르 아사드 정권, 터키는 반군을 지원하는 시리아 문제를 놓고도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두 정상은 4일 앙카라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합류시켜 시리아 문제를 논의한다. 아사드 정권이 수도 다마스쿠스 근처의 반군 거점 동구타를 점령한 가운데, 미국을 배제한 3국이 해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쿠르드족을 제압하며 시리아 북부 아프린을 점령한 터키군은 제공권을 쥔 러시아의 협조로 공중 작전을 할 수 있었다.

29개 나토 회원국 중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병력을 지닌 터키가 러시아와 군사협력까지 강화하자 다른 회원국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하이디 그랜트 미국 공군 부차관보는 지난해 11월 러시아 방공미사일 도입 계획에 대해 “터키는 나토의 군사기술에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방공미사일의 표적이 될 F-35의 취약점을 러시아가 파악할 수 있다며, 터키가 이 전투기를 구매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터키가 나토에서 멀어지는 것은 이슬람주의와 독재 강화를 서구가 비난하는데다, 천연가스 조달 문제로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터키의 가입 시도를 유럽연합(EU)이 거부한 것도 감정이 쌓이게 만들었다. 2015년에 미국·독일·네덜란드가 터키에서 패트리엇 부대를 뺀 것도 러시아제 방공미사일 구매의 빌미가 됐다. 지난해 11월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나토군 훈련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 이름과 터키가 국부로 받드는 케말 아타튀르크의 사진이 적으로 묘사된 황당한 일도 일어났다. 나토는 쿠르드족 민간 계약자 짓이라며 사과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런 동맹이 어디 있냐”고 격분하며 터키군을 철수시켰다.

이제 미국과 유럽은 이란·이라크·시리아와 접경한 요충지로서 터키의 이점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대응도 쉽지 않게 됐다. 난민·이민 유입을 놓고도 중동과 유럽을 잇는 터키의 협조를 구하는 데 난관이 예상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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