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평화원정대가 찾은 요르단 아즈라크 난민캠프 태권도 아카데미에서 시리아 난민 아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즈라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황량한 사막 위에 지어진 난민캠프에는 숲도 연못도 없다. 오솔길 대신 철조망이 마을을 가로지른다. 강렬한 햇볕이 쏟아지는데 아이들이 몸을 피할 나무 그늘도 없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몸을 쓰며 뛰놀 공간이 필요하다. 지난 19일 방문한 아즈라크 난민캠프에서 태권도는 이곳 아이들에게 숲과 연못, 나무 그늘을 대신하고 있었다.
아즈라크 태권도 아카데미는 2016년부터 난민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난 4월에는 태권도 전용 건물로 입주했다. 세계태권도연맹과 태권도박애재단(THF)의 지원을 받아 지은 것이다.
이곳에서 지도를 맡은 아시프 사바흐 태권도 코치는 사무실 책상에서 신청서 뭉치를 꺼내 보여줬다. 사바흐 코치는 “신청서를 내고 대기하는 아이들이 100명이 넘는다. 여러번 찾아와 신청한 사람들 것만 모아도 이렇다”며 태권도의 높은 인기를 설명했다. 이곳에선 현재 80여명의 아이가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아즈라크 난민캠프에서 태권도는 아이들이 숨을 쉴 수 있는 구멍처럼 보였다. 다른 학원보다 재미도 있지만, 태권도 승단 시험이나 대회 출전 때는 철조망 밖으로 나가는 흔치 않은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사바흐 코치는 “캠프 밖에서는 아이들이 태권도 말고도 할 게 많겠지만 제한된 환경에서 사는 난민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그래서인지 태권도에 대한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다”고 전했다. 그는 “훌륭한 태권도 선수로 성장할 만한 아이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에는 첫 검은 띠 선수를 배출했다. 검은 띠를 딴 와일 파라즈(16)는 난민캠프에서 태권도 최강자다. 그는 4년 전 시리아에서 요르단으로 넘어왔다. 파라즈는 올림픽에 나가는 게 꿈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깃발을 들고 난민 대표로 나가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태권도박애재단의 코디네이터 파라흐 아사드는 “여기 아이들은 작은 심장을 가지고 있지만, 큰 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19일(현지시각) 평화원정대가 찾은 요르단 아즈라크 난민캠프 태권도 아카데미에서 시리아 난민 아이들이 태권도 훈련을 하고 있다. 아즈라크/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아이들의 꿈을 지원하기에는 모자란 부분도 있다. 샤워실과 화장실, 교육실이 있는 현대식 건물을 새로 지었지만 아직 전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는다. 난민캠프는 전기와 물이 부족하다. 공동 수도에 하루 2시간만 나오는 물로 씻거나 밥을 짓고, 먹을 물은 유엔난민기구에서 따로 받는다. 일주일에 네번 캠프를 찾는 사바흐 코치는 “코치가 한명 더 있으면 더 많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아즈라크/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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