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 있는 이맘사디크 대학에서 모하마드 하산 가니 교수가 평화원정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모하마드 하산 가니 교수가 평화원정대에 거듭 당부한 말은 한마디로 ‘타산지석’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회담을 했지만,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버리는 미국의 행태에서 한반도가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거였다. 지난 1일 테헤란에 있는 이란의 명문 이맘사디크 대학에서 가니 교수를 만났다. 가니 교수는 미국 <워싱턴 포스트> 등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국제관계 전문가로, 한반도 문제에도 밝다.
“이란이 핵 협상에 응한 것은 핵무기를 만들 의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핵협정안에 서명했을 때 이란 국민은 유럽과 미국 관계에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란은 정직하고 성실하게 핵협정을 이행했지만 미국은 약속한 것들을 지키지 않고 핵협정을 배신했다. 이란 사람들은 이제 ‘핵협정을 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한다. 두 나라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일은 굉장히 힘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했다고 보나. 이란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시오니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분적으로 맞지만 전부는 아니다. 이스라엘 탓도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탓이기도 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뒤에서 움직였다. 또 하나는 트럼프의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란하고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유럽이나 캐나다하고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북-미 협상에 나서고 있지 않은가.
“북한의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난 뒤 이란 신문들은 ‘김정은은 트럼프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기사를 썼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처럼 북한과의 합의도 충분히 깰 수 있다는 거다. 김정은 위원장도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더구나 핵협정은 이란과 여섯 나라의 합의였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인정한 계약이었다. 이런 계약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깨면 이란뿐 아니라 중동과 전세계 평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은 남북 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은 북한을 안심시켜야 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더 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워싱턴을 생각하기보다 남북 간의 믿음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 미국의 정책은 다른 나라에 대해 강압적이거나, 아니면 돈을 더 뜯어내는 식이다. 이런 미국의 정책은 국제관계에 있어 매우 위험하다. 미국이 한국에 자기들의 정책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가니 교수는 같은 맥락에서 이란과 한국의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은 다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시작할 것을 동맹국들에 요청한 상태다. 전체 원유 수요의 10% 넘게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에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이란과 한국의 교류가 아직도 미국의 압력에 의해서 좌우되어야 하는가? 한국은 이란 석유 판매의 중요한 고객이고, 8000만명의 이란 시장은 한국 기업에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과 이란은 두 나라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면 좋겠다.”
테헤란/이완 유덕관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