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대통령 취임 선서 당시 휠체어를 탄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 EPA 연합뉴스
“5번째 임기 도전은 없다.”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82) 알제리 대통령이 국민 저항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5선 도전 선언에 시민들이 3주째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 한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가디언>은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스위스 병원에 2주간 입원했다가 귀국한 이튿날인 1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5번째 임기는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3년께 뇌졸중 증세를 보인 후 휠체어에 의지하며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4월18일로 예정했던 대선을 보류하고 ‘독립적 위원회’를 구성해 연말까지 새 계획을 정하겠다면서 “새 공화국의 미래는 새로운 세대의 손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새로운 대선 일정을 총괄하고 새 헌법 초안을 작성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11일 알제리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환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종신 집권의 꿈을 포기했다는 소식에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차량과 오토바이 경적을 울리며 기쁨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의 대선 출마 선언은 지난 한달간 알제리 전역을 들끓게 했다. 고령과 건강 문제로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집권 세력과 군부가 현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세우고 권력을 연장하려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8일에는 알제리 전역에서 5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10일에는 대중교통 회사와 대기업, 학교, 상점 주인들도 일손을 놓고 총파업 시위에 나서면서 정권을 압박했다. 1991년 군부에 대한 항의 시위 후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그의 불출마 선언에도 민주주의가 쉽게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이번 선언으로 현 임기를 최소한 연말까지 연장하게 된다. 청년단체 회원 야스민 부셴은 <가디언>에 “하나의 작은 승리일 뿐”이라며 “대통령이 1년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우리는 계속 싸우고 싶다”고 말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이날 새 과도정부를 구성할 신임 총리로 측근인 내무장관을 임명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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