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란 위기, 페르시아만 해역 제해권 다툼으로

등록 2019-07-30 17:52수정 2019-07-30 20:19

이란-러시아, 페르시아만서 합동해군 훈련 발표
미국·유럽 이어 이-러 연대도 제해권 다툼 가담

유럽 독자 작전 제안한 영국 해군력 강화 나서
페르시아만 대한 미국 암묵적 제해권 부정 상황
이란혁명수비대가 쾌속선을 동원해 지난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모습. 신화 연합뉴스
이란혁명수비대가 쾌속선을 동원해 지난 19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모습. 신화 연합뉴스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협정 탈퇴로 야기된 ‘이란 위기’가 페르시아만 해역의 제해권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려는 호르무즈 해협 호위 다국적 연합, 유럽의 독자적인 호위 군사작전에 이어 이란과 러시아도 이 지역을 호위하는 해군연합훈련을 발표했다.

호세인 한자니 이란 해군사령관이 29일 호르무즈 해협 등 근처 해역에서 러시아와의 연합훈련 등을 비롯해 양국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고 이란의 <파르스>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해군의 날’ 기념식에 이란 해군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 중인 한자니 사령관은 두 나라 해군 간 협력에 관한 전례 없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양에서 이란-러시아 연합훈련이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란과 러시아 간 조정 및 기획 회의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인도양을 얘기할 때 그 지역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오만 만, 호르무즈 해협 및 페르시아 만으로 흘러드는 북인도양”이라고 지적했다.

이란과 러시아는 지난 2009년을 시작으로 최근엔 2015년과 2017년 카스피해에서 해군 연합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쪽에서의 공개적인 연합훈련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3분의 1이 지나는 등 세계 경제에 가장 사활적인 해로가 밀집된 페르시아만 안팎 해역에서 이란과 러시아기 연합해 제해권 다툼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한자니 사령관이 이번 훈련을 두고 “이는 이란과 러시아의 관계에서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페르시아만 해역에서는 최근 3개월 동안 유조선 피격, 미국과 이란 드론의 격추, 이란과 영국의 유조선 상호 나포 등이 일어나며, 미국 등이 이 해역 보호를 위한 상설 군사력 투입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다국적 ‘센티널(보초) 작전’에 동맹국과 중국 등 60여개국에 참가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이 작전 참가에 난색을 보이는 등 아직 어떤 나라도 공식적인 참여를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은 한국 등을 상대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유럽에서도 영국이 유럽 독자적인 호위 작전을 제안했다. 제러미 헌트 전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22일 미국 주도의 다국적 호위 작전은 이란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의 일환으로 이 지역의 긴장 고조를 더 야기할 수 있다며 유럽의 독자적인 작전을 제안했다. 다만,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 취임 이후 새로 임명된 도미니크 랍 외무장관은 지난 26일 <더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미국의 지원이 없는 어떠한 유럽 주도 작전은 나에게 실행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입장 변경을 시사했다.

모든 관련국의 이해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페르시아 만 해역의 해로는 그동안 미국의 압도적 해군력이 존재하는 가운데 어느 세력도 그 안전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한 이 지역의 긴장 고조에 이어 최근 유조선 나포 사태로 페르시아 만 해역의 제해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이란과 러시아의 전격적인 해군연합훈련은 제해권 다툼을 격화시킬 게 분명하다.

시리아 내전에 깊숙히 개입해온 러시아는 시리아의 타르투스 해군기지를 향후 49년간 더 조차하기로 지난 2017년에 조약을 맺으며, 중동에서 교두보를 강화한 상태다. 러시아는 이번에 이란과의 해군연합훈련을 통해 페르시아 만 해역에서도 입지를 마련할 계기를 찾은 것이다. 이란을 목조르기를 하려는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가 오히려 페르시아만 해역에서 미국의 해상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의외의 사태로 전개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58살 핵주먹’ 타이슨 판정패…30살 어린 복서는 고개 숙였다 1.

‘58살 핵주먹’ 타이슨 판정패…30살 어린 복서는 고개 숙였다

‘트럼프 없는 곳으로 도피?’…4억이면 4년 동안 크루즈 여행 2.

‘트럼프 없는 곳으로 도피?’…4억이면 4년 동안 크루즈 여행

러시아, 중국 에어쇼에서 스텔스 전투기 첫 수출 계약 3.

러시아, 중국 에어쇼에서 스텔스 전투기 첫 수출 계약

일본 왕실서 남편과 ‘반전·반성’ 목소리 냈던 ‘유리코 비’ 별세 4.

일본 왕실서 남편과 ‘반전·반성’ 목소리 냈던 ‘유리코 비’ 별세

‘조폭 문신’ 미 국방 지명자…곳곳에 극우 기독교·인종주의 표식 5.

‘조폭 문신’ 미 국방 지명자…곳곳에 극우 기독교·인종주의 표식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