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시리아 북서부 도시 이들리브에서 정부군이 반군 거점을 겨냥한 공습으로 폭연이 피어오르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5일 나흘 간의 짧은 휴전을 끝내고 공습을 재개했다. 이들리브/AFP 연합뉴스
시리아 정부군이 5일 북서부 이들리브에서 반군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러시아 전투기들도 공습에 가세했다. 지난 1일 휴전 선언을 한 지 나흘만이다. 2011년 북아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민주화 시위 물결인 ‘아랍의 봄’ 직후 시작돼 9년째에 접어든 시리아 내전은 국제 대리전으로 변질되며 37만여명의 사망자와 수백만명의 난민을 양산했지만 최근 1년새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조금씩 잊혀져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지에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속에 어린이들을 포함한 애꿎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이날 “터키의 지원을 받는 무장 테러 단체가 휴전을 거부하고 (이들리브의) 민간인을 여러차례 공격했다”며 “조건부 휴전은 이행되지 않았으며, 정부군은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공격을 재개한다”고 밝혔다고 현지 관영 <사나>(SANA)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도 이날 휴전 합의가 결렬된 직후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이 재개됐으며 러시아 전투기들도 합세했다고 확인했다.
이들리브는 터키 국경과 가까운 인구 300만명의 고도로, 내전 발발 이후 반군 세력의 핵심 저항지 중 한 곳이다. 지난 3월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사실상 몰락하면서 시리아 내전도 막을 내리는 듯 했으나, 이해 관계가 얽히고설킨 반군 세력들과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부, 러시아와 터키 등 주변국의 세력 다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3개월새만 이들리브 공방전으로 790여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40만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유엔은 집계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의 최후 거점인 이들리브 일대에서 조건부 휴전을 선언했다.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반군을 지원하는 터키가 2016년 휴전 협상 때 합의한 ‘비무장 긴장완화지대’의 경계선에서 반군이 안쪽으로 20㎞ 이상 후퇴하고 중화기를 철수하라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현재 반군의 주축인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시리아 정부의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 이 단체는 옛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를 계승한 조직으로, 터키의 지원을 받는 반군 연합인 시리아국가해방전선(NFL)에 참여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터키와 반군 쪽이 긴장완화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했으며, 터키는 이에 대한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5일 전했다.
시리아 정부군이 북서부 도시 이들리브에서 나흘간의 휴전을 끝내고 공습을 재개하기 하루 전날인 4일, 공습을 피해 집을 떠났던 주민들이 귀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리브/AFP 연합뉴스
이들리브는 북쪽으로 터키, 서쪽으로 시리아 대도시인 알레포, 남쪽으론 하마와 홈스를 거쳐 수도 다마스쿠스를 잇는 도로들이 만나는 교통 및 전략적 요충지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가 지난해 8월 “이들리브 해방”을 최우선 목표로 내건 이유도 이들리브 탈환이 사실상 내전 승리의 종지부를 찍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에서 터키와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각각 이슬람 수니파 반군과 정부군을 지원하면서도 양쪽의 직접 충돌은 피해왔다. 미국의 외교·안보 분석업체인 스트랫포는 5일 “터키가 러시아제 에스(S)-400 방공 미사일을 도입하는 등 협력 강화를 모색하면서 시리아 내전에서 서로 엉키는 것을 피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난립한 반군 세력이 생존을 건 싸움을 벌이고 주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 내전에 개입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아직 출구가 보이지 않은 채 민간인 희생만 낳고 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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