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현지시각)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아브카이크에 있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을 공격한 뒤, 불길에 휩싸인 시설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인공위성 사진으로 포착됐다. 아브카이크/AP 연합뉴스
예멘 내전의 한쪽 당사자인 후티 반군이 14일 교전상대인 아랍동맹군의 주축 사우디아라비아의 산유 시설에 드론 공격을 감행하면서 이들의 전술 변화에도 촉각이 쏠리고 있다. 후티 반군은 이날 새벽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정유 시설과 유전을 드론 편대로 공격해, 당분간 생산 중단을 유발할 만큼의 타격을 입혔다.
아람코는 사우디에서 ‘왕관의 보석(최우량 자산)’으로 꼽히는 알짜배기 기업이자 사우디 국부의 핵심 원천이다. 아람코가 조만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지난 4월 공개한 실적을 보면, 2018년 한해에만 매출 3560억달러에 순익 1110억달러(약 131조원)를 벌어들였다. 미국 애플의 최근 1년 순익이 600억달러, 글로벌 석유기업인 로열더치쉘의 순익 230억달러인 것과 견줘도 2~5배에 이르는 규모다. 머잖아 기업공개와 상장이 실현될 경우 기업 가치는 1조5000억~2조달러(약 236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후티 반군으로선 적국의 핵심 자산을 공격하는 것은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가성비가 높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위험부담이 없는 무기로 군사공격에 취약한 산업시설을 노려 최대의 공격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14일 보도한 사례 분석을 보면, 후티 반군은 지난해부터 사우디를 겨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본격화했으며 올해 들어선 그 빈도가 급증하고 있다. 공격 대상도 군사시설뿐 아니라 이슬람 성지, 유조선, 공항, 발전소 등으로 다변화하는 양상이다.
2008년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쿠라이스 유전의 생산시설 건설 현장 모습. 주말이던 지난 14일 새벽(현지시각)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이 시설의 일부도 불길에 휩싸였다. 쿠라이스/EPA 연합뉴스
지난해 1월 사우디 국영 매체는 예멘과의 남부 국경지대인 나즈란에서 후티 반군의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후티 반군은 “사우디 군사 시설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공격이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과 6월에도 사우디는 자국 영공으로 날아든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6월 공격에선 수도 리야드 상공에서 최소 여섯차례의 폭발음과 섬광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7월에는 홍해를 항해중이던 사우디 유조선이 미사일 공격을 받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무인 공격기 드론이 가세하면서 원거리 공격이 14차례로 급증했다. 지난 4월 아랍동맹군은 사우디 남서부 영공을 넘어오던 후티 반군의 드론 2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5월에는 수도 리야드 인근의 유전 시설이 복수의 드론 공격을 받았으며, 며칠 뒤엔 이슬람 성지 메카를 향하던 탄도 미사일을 요격했다는 사우디 공군의 발표가 이어졌다. 후티 반군은 그러나 자신들의 미사일 공격이 메카를 겨냥했다는 발표는 부인했다. 지난 6월엔 사우디 남서부의 공항과 발전소를 겨냥한 발사체와 드론 공격이 세 차례나 이어졌다. 특히 발전소 공격 무기는 순항 미사일이었다는 현지 방송 보도가 나왔다.
올 여름 들어선 8월에만 다섯 차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쏟아졌다. 미사일과 드론 생산은 단순한 무장조직의 능력 범위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후티 반군에 대한 무기 공급원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이 이번 드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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