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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17일 네타냐후 운명 가를 총선…중동 또다른 뇌관 되나

등록 2019-09-16 18:00수정 2019-09-16 20:42

다음달 부패 관련 검찰 조사 임박
집권 리쿠드당 1당 돼도 연정 구성 난망

세속 강경우파와 초정통파 유대교 지지층 분열
정착촌 합법화 등으로 우파 표심에 올인
이스라엘의 총선을 이틀 앞둔 15일 수도 텔아비브 거리에 집권 리크루당 소속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악수하는 모습을 담은 커다란 선거용 전광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총선을 이틀 앞둔 15일 수도 텔아비브 거리에 집권 리크루당 소속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악수하는 모습을 담은 커다란 선거용 전광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유전에 대한 드론 공격에 이어 미국의 대이란 무력사용 시사 등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중동 정세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는 이스라엘 총선이 17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이란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책으로 일관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재집권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이스라엘 국내적으로는 역사상 최장수 총리로 재임하면서 중동 정세를 격화시켜온 네타냐후의 정치생명을 가를 선거이기도 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수뢰 등 3건의 부패 스캔들 혐의로 새달 초 검찰 조사가 임박한 상황이다. 그의 부패 스캔들은 몇년에 걸친 해묵은 사안이지만, 그동안 총리직을 이용해 수사를 회피해왔고 지지도에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박빙의 이번 총선에서 부패 스캔들은 그의 입지를 줄이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 승리 뒤 자신에게 면책권을 주고 대법원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에 대한 지지를 연정 참여 정치세력들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속한 리쿠드당의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번 선거에서 다시 제1당이 된다 해도 연정 구성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야당인 중도 성향의 청백당은 네타냐후를 배제한다면 리쿠드당과의 연정도 고려할 수 있다며 네타냐후 개인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밝히고 있다. 선거에서 리쿠드당이 1당에서 밀려나면 그의 면책권도 물거품이 돼 재판정에 서야 한다.

선거 양상도 리쿠드당의 1당 유지가 불투명하다. 지난 13일에 발표된 마지막 여론조사들에서 리쿠드당과 네타냐후의 경쟁자 베니 간츠가 이끄는 청백당은 1·2당을 다투고 있다. 일간지 <마아리브>의 조사에서 리쿠드당은 33석으로 1당, 청백당이 31~32석으로 2당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스라엘 텔레비전 <칸>의 조사에서는 청백당이 33석, 리쿠드당 31석으로 조사됐다.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에서 연정은 불가피한데, 리쿠드당이 1당이 된다 해도 연정 구성에 성공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네타냐후는 1당에 올라 연정을 구성했으나, 불과 석 달 만에 붕괴했다. 리쿠드당 우파 연정의 필수 파트너였던 강경우파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당시 국방장관의 ‘이스라엘은 우리의 집’ 당이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그는 네타냐후 연정의 또다른 핵심 파트너인 초정통파 유대교 성직자들의 병역의무 면제를 반대해 연정에 균열을 냈다. 네타냐후로서는 세속 강경우파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유대교 정당들의 지지가 필수인데, 둘 사이의 화해할 수 없는 간극으로 집권이 극히 불투명해진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파 표심 자극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15일 이례적으로 서안지구의 요르단계곡에서 각의를 열어 그동안 정부 승인 없이 개척된 이스라엘 정착촌들을 합법화하는 조처를 내렸다. 앞서 그는 지난 11일 이번 총선에서 자신이 승리한다면 서안지구의 요르단계곡과 북부 사해를 이스라엘 영토로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래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영토로 국제사회가 인정한 서안지구의 30%에 이르는 지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4일 네타냐후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상호방위조약 체결 가능성을 시사한 뒤 선거 뒤 9월 유엔총회에서 만나 논의를 계속하자며 노골적인 네타냐후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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