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에서 두번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가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2019년 유엔기후행동 정상회의 뒤 이란 문제를 놓고 회동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독일·프랑스·영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공격은 이란의 책임이라는 미국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들 국가는 더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핵협정 체결 협상에 나서라고 이란에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만나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2015년 이란핵협정을 여전히 지지하나, 이란은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새로운 핵협정 협상을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유럽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이들 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후 이란 문제를 놓고 미국과 갈등해왔다. 이들이 이번 성명을 통해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전적으로 수용한 건 아니지만, 이란 문제를 놓고 미국과의 공조를 회복하는 중요한 입장 전환이 될지 주목된다.
미국으로서는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을 계기로 이란에 책임을 물으며 유럽 동맹국들과의 대이란 제재동맹을 복원하고 최대의 압박을 가하겠다는 전략이 가동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성명은 “이란이 이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명백하다”며 “다른 타당한 설명이 없다”고 단정했다. 세 나라 정상들은 “이란이 핵프로그램 및 미사일 프로그램과 다른 이동수단 등이 포함된 지역안보와 관련된 문제들에 관한 장기적인 틀을 위한 협상을 수락할 때”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명은 유럽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놓고 미국을 따를 준비가 됐다는 것을 시사하지는 않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타협을 중재하는 노력을 계속했고, 이번 유엔 총회를 그 기회로 삼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중재자가 필요 없다”며 “이란은 누구에게 전화를 해야 할지 알고 있다”고 말해, 이란이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새로운 핵협정 협상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대화를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만남에 대한 어떠한 요청도 못받았고, 요구한다고 해서 일이 되는 것도 아님은 분명하다”며 “협상은 악수가 아니라 이유와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 해제가 있어야 이란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만남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걸프 지역의 한 고위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걸프 지역 국가들과 미국·유럽 국가들은 긴장 완화를 위해 집단적 외교에 관여할 필요가 있다며 “대화는 더 이상 이란핵협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이란의 미사일과 그 지역에서의 나쁜 행동에 관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은 일단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사이의 대이란 공조 회복을 위한 길을 모색하도록 이끌면서, 이란에 대한 보복공격보다는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에서 이란과의 협상을 조성하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