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시리아 쿠르드족 주민들이 터키군의 공격을 받은 자신들의 마을을 떠나 하사카 지역에 도착했다. 연합뉴스
터키의 광범위한 군사 공격으로 시리아 북동부 터키 접경지역이 대혼란에 빠진 틈을 타 이 지역 수용소들에 억류돼 있던 ‘이슬람국가’(IS) 가족 수백명이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수용소 내의 이슬람국가 포로를 관리하는 일은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밝혔다. 수년간 자신들이 격퇴해 포로로 붙잡고 있던 이슬람국가가 ‘재기’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에 통신은 13일 친터키계 용병들이 쿠르드 민병대가 지키던 시리아 북부 아인이사 캠프를 포격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의 조직원과 관련이 있는 여성과 어린이 등 785명이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 내 쿠르드 당국도 성명을 통해 이슬람국가 가족 일부 구성원의 캠프 탈출 사실을 확인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당국은 “터키와 그 용병들의 잔혹한 공격이 아인이사 캠프 인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곳에는 이슬람국가 가족 구성원 수천 명이 있다”고 우려했다.
쿠르드족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은 12일 터키-시리아 접경지대에서 터키군의 공세가 계속된다면 이슬람국가 포로들의 관리가 더 이상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리아민주군의 고위 간부 레두르 헬릴은 이날 성명에서 “시리아 접경지대에서 터키군과의 전투는 우리가 이 지역에서 통제하는 이슬람국가 수용소의 안전을 방해하고 있다. 이슬람국가 수용소 방어는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대신에 시리아민주군은 도시와 주민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터키의 군사작전이 이슬람국가 재결집의 길을 열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터키 군사작전은 이슬람국가를 부활시키고 있고, 카미슐리와 하사카에서 이슬람국가 세포조직들을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카미슐리와 하사카에서는 이슬람국가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한 차량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또 터키군이 포격한 카미슐리의 이슬람국가 수용소에서 이슬람국가 대원 5명이 탈옥했다고 시리아민주군은 밝혔다. 이슬람국가는 12일 쿠르드민병대가 이슬람국가 전투대원들을 포로로 붙잡아 수용해온 데 대한 보복으로 새로운 작전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시리아민주군은 그동안 미군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 북동부에서 이슬람국가를 격퇴하고 이슬람국가 대원과 가족들을 여러 수용소에 나눠 관리해왔다. 시리아민주군은 현재 수용소 7곳에서 이슬람국가 포로 1만2천명 이상을 붙잡고 있고, 그중 적어도 4천명은 외국 출신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슬람국가가 세력을 되찾지 않게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이슬람국가가 재기할 것이고 그들이 돌아올 거라는 것은 완전히 기정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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