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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사우디의 카슈끄지 재판은 정의에 대한 조롱” 비판

등록 2019-12-24 16:43수정 2019-12-25 02:33

유엔·워싱턴포스트 “윗선 석방, 청부업자만 처벌…엉터리”
사우디 왕자와 측근들 ‘무죄’…유엔의 조사결과 전면 부정
지난 10월 2일 일군의 활동가들이 워싱턴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1년 전에 살해된 비판 언론인 카슈끄지를 추모하는 행사를 열고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연루를 암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0월 2일 일군의 활동가들이 워싱턴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1년 전에 살해된 비판 언론인 카슈끄지를 추모하는 행사를 열고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연루를 암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 법원이 사우디 왕세자를 비롯한 측근들에게 “정의를 조롱하는 면죄부 판결”을 내렸다고 국제사회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유엔이 직접 나서는 또다른 진상 조사 및 법정 재판으로 이어질지 촉각이 쏠린다.

23일 사우디 법원은 1심 재판에서 카슈끄지 살해에 직접 가담한 5명에게 사형을, 사건을 은폐하려 한 3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함께 기소됐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측근 3명은 석방되거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온 카슈끄지는 당시 결혼 서류 문제로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아갔다가 15명의 사우디 요원에게 살해됐다.

이번 ‘사법외 살인’ 사건을 조사해온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특별조사관은 “조롱거리 판결”이라며 “재판부가 처음부터 배후 조종세력은 외면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은 전혀 놀랍지 않다. 애초부터 살인을 실행한 청부업자 몇명을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둔 재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처형을 실행한 ‘윗선’은 조사조차 받지 않았으며, “배후 조종세력은 기소되지도 않은 채 석방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프레드 라이언 <워싱턴포스트 발행인>도 “사우디 정부가 독립적 조사에 협조를 거부한 엉터리 재판”이라고 말했고,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사우디 정부의 연루도, 카슈꾸지 유해가 있는 장소도 밝혀내지 못한 눈속임 재판”이라고 맹비난했다. 사우디 정부를 두둔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표현했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문가는 “사우디 왕자가 살인을 개인적으로 명령했거나 최소한 묵인했을 것으로 여전히 믿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유엔의 합동 조사결과를 전면 부정한 셈이다. 유엔은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한 조사를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기소된 11명의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은 채 비밀재판으로 진행됐다. 칼라마드는 “사우디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파견한 5개국 대표들을 재판 심리에 참여시켜 겉으로 공개 재판인 척했을 뿐 그들조차 사우디 정부의 선전에 이용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는 이번 사건은 국제범죄 요건을 갖추고 있다며 “어쨌든 대안은 있다. 이 사건 재판에 카슈끄지가 거주했던 미국이 개입해야 하고, 범죄가 일어난 터키가 조사에 나서고 독일과 유럽연합은 사우디에 제재 조처를 내리고, 유엔은 전모를 밝혀낼 유엔 재판정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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