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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미 대사관 습격’ 이라크에 추가파병 트럼프 “큰 대가 치를 것”

등록 2020-01-01 16:49수정 2020-01-01 20:20

31일 바그다드 시위대, 미 대사관 습격
미국 초비상…공수부대 등 5000명 증파
2012년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 악몽

트럼프, 이란 배후 지목 “전적인 책임…
매우 큰 대가 치를 것…경고 아니라 위협”
이라크 반발…CNN “미-이란 대리전 우려”
지난 31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미국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며 부속 건물을 불태우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지난 31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미국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며 부속 건물을 불태우고 있다. 바그다드/AP 연합뉴스

2019년의 마지막 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비롯한 반정부 시위대가 자국 주재 미국대사관을 습격했다. 미국은 곧장 현지에 공수부대를 포함한 병력 급파를 추진하며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적대 관계가 이라크로 불똥이 튀면서 군사적 충돌 위기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31일 시위 상황을 지켜본 압둘라흐만 파르투스 하이다르 바그다드대 교수(역사학)는 1일 <한겨레>에 급박하게 보내온 기고에서 “지난달 29일 이라크와 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 시설들에 대한 미군의 공습으로 숨진 25명의 장례식을 마친 뒤, 수천 명의 시위대가 미국대사관의 폐쇄와 미국대사 추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분노한 시위대가 미국대사관 외벽을 넘어 건물로 진입해 건물 일부와 성조기를 불태운 뒤, 이슬람국가(IS)와 싸웠던 시아파 민병대를 상징하는 노란색 깃발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딜 압둘 마흐디) 총리가 직접 대사관 앞에서 시위대에게 해산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으며, 몇 시간 뒤 이라크 특수군이 시위대를 해산하려 최루탄을 발사해 수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미국은 비상이 걸렸다. 대사관을 지키던 미 해병대는 전투태세를 갖추고 최루탄으로 대응했다. 대사관 상공에선 아파치 헬기가 섬광탄을 터뜨리며 경계비행을 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라크에서 미국대사관이 시위대 습격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1일 저녁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에 난입한 가운데, 미군의 아파치 공격용 헬기가 대사관 상공에서 섬광탄을 발사하고 있다. 바그다드/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31일 저녁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에 난입한 가운데, 미군의 아파치 공격용 헬기가 대사관 상공에서 섬광탄을 발사하고 있다. 바그다드/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 이날 대사관 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트위터 글에서 “이란은 매우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이건 경고가 아니다. 이건 위협이다”라며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란은 즉각 트럼프의 주장이 “뻔뻔한 거짓”이라고 반발했지만, 미국은 발 빠르게 군사적 대응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저녁 “최근 사태에 대응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육군 공수사단 소속 보병대대의 즉각 파병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속대응군’으로 불리는 82사단의 추가 병력 4000여명은 일단 쿠웨이트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웨이트 주둔 미군 해병대 병력 750여명은 이미 바그다드로 이동 배치됐다.

미국의 신속하고도 강력한 대응은 2012년 리비아 내전 당시 벵가지 주재 미국영사관이 이슬람 반군의 습격을 받아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미국대사를 비롯한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의 악몽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사건으로 의회에선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되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궁지에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태를 ‘외교 실패’ 사례로 거론하며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정부를 비난해왔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습격한 31일, 미 육군 제25 보병사단 소속 병사들이 전진 초소에서 방어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바그다드/UPI 연합뉴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습격한 31일, 미 육군 제25 보병사단 소속 병사들이 전진 초소에서 방어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바그다드/UPI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의 신속한 군사적 대응 태세는 또 다른 역풍을 예고하고 있다. 하이다르 바그다드대 교수는 “미군 증파 발표는 이라크 정부뿐 아니라 친이란 성향 정당들의 비난과 반발을 사고 있다”며 “이들은 최근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의 시아파 민병대를 공격한 것이 이라크의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했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번 미국대사관 피습 사건은 이라크 정국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이라크를 모든 위험한 가능성에 노출시켰다“며 “머잖아 이라크에서 미국의 존재에 반대하는 시아파 민병대와 미국 사이에 더 위험한 사태가 벌어질 것임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31일 “이제 미국은 이라크에서 정치적 우군이 거의 없으며, 미국대사관을 비롯한 이라크 내 미국 시설물들이 미국과 이란이 벌이는 대리전의 진앙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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