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이 19일 베를린에 모여 리비아 내전 사태를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리비아의 동·서부 두 군벌이 트리폴리 장악을 둘러싸고 6년간 내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엔의 10개국 정상들이 19일 리비아 사태 중재를 위해 독일 베를린에 급히 모여 “무기 수출과 내전 개입 금지”에 합의했다. 비교적 중립을 지켜온 독일·영국을 포함해 리비아 내전에 개입해온 ‘외세’가 대부분 참여해 휴전·강화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된다. 리비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에게 ‘입구’ 구실을 하는 곳이어서 리비아 내전은 유럽연합의 안보에 핵심 이슈다.
이날 베를린에 모인 각국 정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양제츠 중국 특임대사(전 중국 외교부장) 등이다. 내전 당사자인 리비아 통합정부(GNA)의 파이즈 사라즈 총리(서부 군벌)와 리비아국민군(LNA)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동부 군벌)도 참석했다. 외신들은 “두 군벌이 베를린에서 만나지는 않았다”며 “다만 회담장 복도에서 하프타르는 마크롱과 만나 웃었고, 파이즈는 에도르안과 포옹했다”고 전했다.
회담이 끝난 뒤 메르켈 총리와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10여개국 지도자 모두 리비아에 대한 유엔의 무기 수출 금지 조처를 준수하고, 리비아 내전에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공식 휴전으로 가는 길을 마련할 별도의 위원회도 만들기로 했다. 또 리비아 내전에 관여하는 어느 국가든 이번 휴전협정을 위반하면 막강한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리비아 문제가 모두 해결된 건 아니지만 ‘잠정 휴전’에 접근하는 신선한 전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리비아 두 군벌 세력은 러시아·터키 쪽이 지난 11일 제안한 휴전을 받아들여 그동안 교전이 잠잠해지긴 했으나 트리폴리 외곽에서 포성은 여전히 들리고 있다. 휴전협정 체결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리비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지원하는 반군에 의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내전이 이어져왔다. 서방이 한 발 물러선 뒤로 러시아·터키·아랍 국가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외세로 군림해왔다.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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