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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전 왕세자 체포 등 ‘숙청’ 광풍…사우디에 무슨 일이?

등록 2020-03-09 11:12수정 2020-03-10 02:32

빈 나예프 전 왕세자, 아메드 왕자 등 쿠데타 음모로 체포
실권자 빈살만 왕세자 주도의 권력강화 숙청 바람
빈살만 왕세자 즉위설도 나돌아
체포된 왕족들, 빈살만에 비판적인 왕위 경쟁자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 왕세자가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숙청 바람’이 일고 있다.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쿠데타 음모 적발을 명분으로 왕실 내 비판자들을 잠재우고 곧 왕위를 승계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 내에서 빈살만 왕세자의 주도로 왕족과 그 측근들에 대한 검거가 거세지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 수십명의 내무부 관리들 및 고위 군 장교 등이 쿠데타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체포돼 검거 선풍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사태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 6일 복면을 한 궁정 경호대들이 살만 현 국왕의 동생인 아메드 빈 압둘아지즈 왕자, 살만 왕의 조카이자 전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 무함마드 빈 나예프의 형제 한명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체포된 이들은 실권자인 빈살만이 2017년 왕세자에 오르기 직전에 사우디 안에서 최고 서열의 왕족들이다. 이들의 체포는 현 사우디 지도부에 대한 이들의 ‘도발적인’ 행위가 축적된 결과라고 <알자지라>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체포는 왕실 내 인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아메드 왕자까지도 체포함으로써 어떤 왕자들도 체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불평을 중단하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사우디 당국은 이 사태에 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숙청 사태는 또 올해 84살인 살만 국왕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빈살만 왕세자의 왕위 계승이 임박했다는 추측도 낳고 있다. 중동 전문 뉴스 사이트인 <미들이스트 아이>는 8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번 체포는 권력 승계를 용이하게 해서 빈살만 왕세자가 오는 11월2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왕위에 오르려는 것이다고 풀이했다. 한 소식통은 “빈살만은 아버지가 왕위에 있는 동안 자신이 왕이 되는 것을 확실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빈살만 즉위설이 떠돌자, 사우디의 관영통신 <사우디 프레스>는 8일 살만 국왕이 신임 대사들의 임명식을 주재하는 사진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번에 체포된 아메드 왕자는 사우디 왕실에서 빈살만의 왕세자 즉위를 반대하는 등 비판적 견해를 보여왔다. 사우디 왕실의 고위 인사들로 구성된 충성위원회의 위원인 아메드 왕자는 빈살만 왕세자와 그의 정책을 비판하는 동영상이 지난 2018년 말에 유출돼 구설에 올랐다. 이 동영상에서 그는 런던의 자택에서 나오다가 항의 시위대와 조우하자, 빈살만 왕세자 및 그가 주도한 예멘 내전을 비판했다. 아메드 왕자는 나중에 이 동영상에서 발언이 거두절미돼 왜곡됐다며, 왕실 지도부에 대한 지지와 충성을 거듭 밝히기도 했다. 또 올해 78살인 그는 자신이 왕위에 관심이 있다는 추측을 부인하는 성명을 내고는 근신해왔다.

체포된 아메드 왕자와 무함마드 빈 나예프 전 왕세자는 살만 국왕이 사망하면 빈살만 왕세자와 왕위를 경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보도들은 그들이 장기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한다. 빈살만 왕세자 즉위 이후 사우디 내에서 왕족 숙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7년 즉위한 뒤 그해 말 수십명의 고위 왕족들과 거부들을 고급 호텔에 구금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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