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 봉인 제거하겠다”…유엔 안보리 강력 경고
이란이 2년 만에 핵 연구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핵시설들의 봉인을 제거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이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모하메드 사이디 이란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1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표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핵시설들에서 봉인을 제거하고 핵 연구활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에이피통신>은 사이디 사무차장이 “연구활동을 재개했을 뿐”이라며 서방국가들이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 연료 생산 재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방국가들은 이번 핵연구 재개가 우라늄 농축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재가동하려는 시설은 나탄츠의 우라늄 농축시설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은 최근 ‘핵연료 연구활동 계획을 중단하고 유럽과의 협상을 재개하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이란에 보냈다고 미 국무부가 9일 밝혔다.
숀 맥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이 핵 외교에서 우군이라고 믿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이번에는 미국에 협조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미국은 공동성명을 내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각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도 “국제사회는 이란이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는 안보리 회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이란을 압박했다.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와 관련해 최대 관심사는 러시아의 선택이다. 러시아는 이란 원전 공사를 맡고 있고 안보리 거부권도 갖고 있다. 이란은 ‘2보 전진, 1보 후퇴식’ 전략에 따라 연구활동 재개를 선언하는 동시에 이달 초부터 이란 핵 연료를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러시아 제안’에 대한 러시아와의 협상을 시작했다.
이란은 또 우라늄 농축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보장된 합법적 권리라며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재가동하겠다는 이란의 발표는 핵확산금지조약에 보장된 권리를 시험해보려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보수파들은 “우라늄 농축 등 합법적 핵활동을 당장 재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이란과 협상중인 유럽연합 외무장관들은 이번 실험 재개가 심각한 사태라고 경고하고 나서, 당분간 대치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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