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 여성이 16일 이스라엘 동예루살렘 외곽에서 벽을 가득히 채운 후보들의 포스터를 보면서 걸어가고 있다. 동예루살렘/신화 연합
르포 / 총선 앞둔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총선거가 6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의 약진이 예상되는 이번 선거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현지조사를 하고 있는 한국외대 홍미정 교수가 25일 총선을 맞는 팔레스타인의 민심을 살펴봤다.
무섭게 뻗어가는 검문소·철조망…사람들 일상 ‘만신창이’
하마스 의회 진출 기대 “정치 맑아지고 부패 개선될 것”
서방 ‘집권당-하마스 내전’ 경고하지만 가능성 안 높아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가 있는 라말라로 가기 위해 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을 가르는 ‘갈란디아 검문소’에 도착했을 때 경악을 넘어서 눈물이 나왔다. 높다란 쇠막대기 담장과 철창들이 약 2백m에 걸쳐 뱀처럼 구불거리며 미로를 만들고 있었고, 주변에는 온통 가시철조망이 둘러쳐 있었다. 지난 10년 넘게 ‘안보’를 구실로 삼은 이스라엘 검문소와 관통도로, 정착촌들이 팔레스타인 땅 이곳저곳에 세워지면서 이곳 사람들의 일상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지난해 초 선거에서 이스라엘과 협상을 주도해온 마무드 아마스 자치정부 수반이 당선되자, 사람들은 그가 협상을 통해 검문소들을 없애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검문소와 담장은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이스라엘이 농산물의 외부 반출을 막자 농민들이 작물들을 밭에 방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죽음에 대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누가 이스라엘 총리가 돼도 팔레스타인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총선에서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새 정부 1년이 지난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은 집권당 파타와 현 자치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하마스의 돌풍은 총선에 앞서 치뤄진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2월 15일의 3차 지방의회 선거에선 나블루스의 15석 중 13석을 하마스가 휩쓸었다. 칼킬리야, 제닌, 알 비레 등에서는 하마스가 모든 의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은 지난해 승인된 새 선거법에 따라 전체 132개 의석 중 66석은 1백만 유권자가 직접선거로 뽑고, 나머지 66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할당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하마스가 주요 정치세력으로 등장해 팔레스타인 의회와 자치정부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 정치·경제가 투명해지고 부패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현재는 의회 88석 모두를 집권 여당인 파타가 장악하고 있다.
무타젬 알 나세르 예루살렘대 역사학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파타의 의석은 6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하마스와 사회주의자들이 제도권으로 진입하게 되면 정치, 경제, 사회 복지 상황이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달 미국과 유럽연합은 파타가 하마스와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면, 팔레스타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개혁정부를 구성하더라도 앞길은 불투명하다. 서방이나 이스라엘 언론들은 하마스가 약진할 경우, 파타와 하마스 사이에 ‘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현지를 둘러본 결과로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은 듯하다. 하마스 역시 결국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 소속인 제닌시의 시장은 “앞으로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왜 이스라엘과 협상에 나서느냐? 그것은 실패한 자치정부의 협상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럼 자치정부와 하마스간의 내전을 원하느냐?”는 날카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현재 하마스는 자치정부의 정책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바스가 이끄는 자치정부도 선거를 통해서 무장단체들을 제도권 안으로 수용함으로써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하마스의 약진이 팔레스타인 정세의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미정/한국외대 연구교수 pales4u@hanmail.net
하마스 의회 진출 기대 “정치 맑아지고 부패 개선될 것”
서방 ‘집권당-하마스 내전’ 경고하지만 가능성 안 높아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가 있는 라말라로 가기 위해 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을 가르는 ‘갈란디아 검문소’에 도착했을 때 경악을 넘어서 눈물이 나왔다. 높다란 쇠막대기 담장과 철창들이 약 2백m에 걸쳐 뱀처럼 구불거리며 미로를 만들고 있었고, 주변에는 온통 가시철조망이 둘러쳐 있었다. 지난 10년 넘게 ‘안보’를 구실로 삼은 이스라엘 검문소와 관통도로, 정착촌들이 팔레스타인 땅 이곳저곳에 세워지면서 이곳 사람들의 일상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지난해 초 선거에서 이스라엘과 협상을 주도해온 마무드 아마스 자치정부 수반이 당선되자, 사람들은 그가 협상을 통해 검문소들을 없애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검문소와 담장은 무서운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이스라엘이 농산물의 외부 반출을 막자 농민들이 작물들을 밭에 방치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죽음에 대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누가 이스라엘 총리가 돼도 팔레스타인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총선에서 이슬람주의 단체 하마스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새 정부 1년이 지난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은 집권당 파타와 현 자치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하마스의 돌풍은 총선에 앞서 치뤄진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2월 15일의 3차 지방의회 선거에선 나블루스의 15석 중 13석을 하마스가 휩쓸었다. 칼킬리야, 제닌, 알 비레 등에서는 하마스가 모든 의석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은 지난해 승인된 새 선거법에 따라 전체 132개 의석 중 66석은 1백만 유권자가 직접선거로 뽑고, 나머지 66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할당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하마스가 주요 정치세력으로 등장해 팔레스타인 의회와 자치정부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면, 정치·경제가 투명해지고 부패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현재는 의회 88석 모두를 집권 여당인 파타가 장악하고 있다.
무타젬 알 나세르 예루살렘대 역사학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파타의 의석은 6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하마스와 사회주의자들이 제도권으로 진입하게 되면 정치, 경제, 사회 복지 상황이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달 미국과 유럽연합은 파타가 하마스와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면, 팔레스타인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개혁정부를 구성하더라도 앞길은 불투명하다. 서방이나 이스라엘 언론들은 하마스가 약진할 경우, 파타와 하마스 사이에 ‘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현지를 둘러본 결과로는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은 듯하다. 하마스 역시 결국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마스 소속인 제닌시의 시장은 “앞으로 하마스가 이스라엘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왜 이스라엘과 협상에 나서느냐? 그것은 실패한 자치정부의 협상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럼 자치정부와 하마스간의 내전을 원하느냐?”는 날카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현재 하마스는 자치정부의 정책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바스가 이끄는 자치정부도 선거를 통해서 무장단체들을 제도권 안으로 수용함으로써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하마스의 약진이 팔레스타인 정세의 불안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미정/한국외대 연구교수 pales4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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