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5일 쿠웨이트 시티의 바얀궁에서 열린 걸프협력위원회 당시 기념촬영 모습. 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수니파 국가들이 3년여 동안 유지해온 카타르 봉쇄를 해제하기로 했다.
쿠웨이트는 4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와의 국경을 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이크 아흐마드 나세르 알 사바흐 쿠웨이트 외무장관은 이날 텔레비전 성명에서 쿠웨이트와 카타르의 정상 및 사우디의 왕세자들이 통화했다며 “모든 사람들이 재통합에 관심이 있으며, 형제 관계의 새로운 페이지를 여는 약속을 하는 성명에 서명하려고 알울라에서 회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국왕은 사우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의 초청을 수락해 5일 사우디 알울라에서 열리는 걸프협력회의(GCC·페르시아만 6개 산유국 모임)에 참석한다. 이 회의에서 분쟁을 종식하는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미국의 한 관리가 밝혔다.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은 지난 2017년 6월부터 금수 등 카타르에 대한 봉쇄 조처를 취해왔다. 카타르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을 지원한다는 이유였다. 카타르는 무장세력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사우디가 봉쇄를 주도했고, 이집트와 바레인 등이 동참했다.
카타르는 최대 이슬람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탄압하지 않는데다, 걸프 지역의 보수적인 수니파 왕정 국가들과는 달리 개방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에게 시아파 이란은 적이지만, 카타르는 이란과 해상 가스전을 공유하고 있다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행보가 사우디 주도의 봉쇄를 부른 것으로 평가된다.
카타르 봉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중동 정책에 큰 걸림돌이 돼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고 이란을 고립시키려고 수니파 동맹 결성을 추진해왔는데, 카타르 봉쇄는 카타르가 이란 및 터키와 더욱 가까워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봉쇄 해제는 사태 초기부터 봉쇄에 가담하지 않고 사태를 중재해온 쿠웨이트의 외교로 이뤄졌다. 쿠웨이트는 최근 몇 달 동안 카타르와 사우디를 오가는 왕복 외교를 펼쳤고, 봉쇄 조처가 페르시아만 지역 수니파 국가 모두의 이익에 반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트럼프 행정부도 봉쇄 해제를 적극적으로 종용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담당해온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5일 걸프협력회의 정상회의에 참석해, 화해 협정에 동참할 예정이다.
다만 봉쇄 해제를 대가로 카타르가 무엇을 양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걸프 지역 수니파 국가 사이에서 완전한 화해가 이뤄졌는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특히, 카타르와 이념적 갈등 등으로 불화가 심각한 아랍에미리트(UAE)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아랍에미리트의 안와르 가르가시 외무장관은 “걸프 지역 단합 회복을 열망한다”면서도 “우리는 할 일이 더 많이 있고, 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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