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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라이스 “이란, 핵 중단않을땐 유엔제재”

등록 2005-02-10 18:48수정 2005-02-10 18:48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9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9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
나토 회담서 밝혀…유럽에 강경자세 촉구도
이란 “영·프·독과 협상실패땐 또 우라늄 농축”

지난 3일부터 유럽과 중동을 순방 중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9일 이란과 핵협상을 벌이고 있는 유럽국들에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라고 촉구하고, 이란이 핵계획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유엔의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에이피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외무장관과의 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메시지와 목적을 일치시킨다면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란 사람들은, 유럽인들이 제시하는 해결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은 테헤란에서 연 외신기자회견에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이란은 우라늄 농축 중단 약속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협상) 상대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우리도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란이 타자의 도움 없이 핵기술을 획득했으며 불법적인 압력 때문에 (이를 이용할) 권리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3국이 벌이고 있는 이란과의 핵협상은 라이스 장관의 유럽 및 중동지역 순방에서 핵심적인 의제로 다뤄지고 있으며, 일부 유럽국가들은 미국이 부시 행정부 2기 집권기간 안에 이란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에 앞서 8일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시앙스 포)에서 연설을 통해 “과거의 이견을 떨치고 관계와 동맹에서 새 장을 열어야 할 때”라며 “미국은 공동의 의제에 관해 유럽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으며, 유럽도 미국과 함께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는 과거의 이견이 아닌 새로운 성취를 가지고 우리를 판단할 것”이라며 이라크전을 둘러싸고 불편해진 대서양 양안 관계의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미셸 바르니에 외무장관을 잇따라 만나는 등 이라크 전쟁으로 허물어진 두 나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반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스 장관의 연설에 초청을 받았던 군사전문가 프랑수아 헤이스부르는 “자유를 반대하는 것은 모성과 애플파이를 반대한다”는 것처럼 들린다며 “기대했던 답을 듣지 못해 실망”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일부 청중들도 일반론만 들었을 뿐 어떻게 의견 차이를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은 없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이 여러 순방국 중 프랑스를 연설지로 선택한 것은 프랑스가 주도적인 이라크전 반대국이고 프랑스인의 반미 감정이 거세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안보보좌관시절 이라크전 반대와 관련해 “프랑스는 벌주고, 독일은 무시하고, 러시아는 용서한다”는 발언으로 분노를 산 적이 있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3일 영국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터키 등 중동과 유럽 국가들의 순방길에 올랐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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