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자정 직전에 최종 합의된 이스라엘의 ‘반네타냐후’ 연정의 주역들인 야이르 라피드(오른쪽)와 나프탈리 베네트가 이날 예루살렘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 ‘반 베냐민 네타냐후’ 연정이 최종 합의됐다.
정부 구성 작업을 맡은 야이르 라피드(57) ‘예시 아티드’ 대표는 마감 시한인 2일(현지시각) 자정 직전에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게 연정 타결 사실을 통보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일주일 안에 의회에서 총리 선출을 위한 인준 투표를 한 뒤, 새 정부가 출범한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제2당이 된 중도 ‘예시 아티드’(미래가 있다·17석), 중도 청백당(8석), 중도 우파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노동당(7석), 우파 ‘새로운 희망'(6석), 아랍계 이슬람주의 정당연합 ‘통일아랍명부’(조인트 아랍 리스트·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극우 유대민족주의 야미나(7석), 아랍계 중도 라암(4석)이 연정에 참여했다.
극우 야미나의 참여가 연정 성사에 결정적이었다. 이에 따라 야미나의 대표인 나프탈리 베네트(49)가 임기 전반부 2년 동안 총리를 맡는다. 라피드는 후반 2년 동안 총리를 맡는 것으로 합의됐다. 라피드는 임기 전반에 외무장관을 맡는다.
협상 막판에 아랍계 라암까지 가세함에 따라 모두 68석의 연정이 가능해져, 의회의 인준 과정에서 붕괴 가능성도 사라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야미나 등 우파들의 연정 참여가 배신이라며 개별 의원들을 상대로 ‘빼내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라피드 대표는 이날 “이 정부는 모두 이스라엘 시민들을 위해 일할 것이다”라며 “정부는 이스라엘 사회를 단결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반네타냐후’ 연정의 주역들인 야이르 라피드(오른쪽)와 나프탈리 베네트(왼쪽). 로이터 연합뉴스
좌파인 노동당과 메레츠, 유대민족주의인 야미나에서 이슬람주의인 통일아랍명부까지 양극단의 모든 정치세력이 ‘반네타냐후’를 공통분모로 연정에 참여했다. 이런 무지개 연정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초다. 특히, 이슬람주의 아랍계 정당이 정부에 참여한 것이나, 극우 유대민족주의 정당과 손잡은 것도 처음이다.
이번 연정은 ‘반네타냐후’라는 공통분모 외에는 아무런 가치를 공유하지 못한데다, 네타냐후 진영의 극렬한 반대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비서실장까지 했던 베네트는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운동의 지도자 출신으로 이스라엘에서 가장 강경한 극우 정치인 중 하나다. 그의 정당인 야미나는 독실하고 극우 민족주의적인 유대인들이 기반이다. 특히, 그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중단시킨 원인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운동의 지도자 출신이다. 그가 총리를 맡을 경우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은 더욱 교착상태로 빠지고 분쟁도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극우 유대민족주의와 아랍계 이슬람주의의 동거가 양극단을 자제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근 12년간은 연속으로, 통산으로 따지면 15년 이상이나 집권한 네타냐후는 이 연정을 막으려는 필사적인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네타냐후는 우파인 야미나와 ‘새로운 희망’의 소속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이탈시키려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네타냐후의 리쿠드당 소속인 야리브 레빈 의회 의장도 영향력을 동원해 연정 구성 의회 투표를 최대한 늦출 것이라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네타냐후 진영에 속하는 ‘독실한 시오니스트당’은 연정 합의가 발표된 직후 베네트가 이스라엘 우익을 배신했다고 극렬히 비난했다. 이 당의 베잘렐 스모트리치 대표는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수뢰, 배임, 사기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총리직에서 물러나면 형사처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달러 상당의 물품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가 필사적으로 총리직을 유지하려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 동안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네번이나 총선을 치렀다. 네타냐후를 둘러싼 국민적 분열에다가 그의 총리직 집착으로 총선 이후 번번이 정부 구성이 실패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