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그니노 ‘노이노이’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생전의 모습. AP 연합뉴스
베그니노 ‘노이노이’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이 24일 별세했다. 향년 61.
아키노는 필리핀의 최대 정치명문가인 아키노 집안의 두번째 대통령으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재직했다. 그의 어머니 코라손 아키노가 1980년대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붕괴시킨 ‘피플스 파워’ 혁명을 주도하며, 1987년부터 1993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직했다. 마르코스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을 지도한 아버지 베그니노 ‘니노이’ 아키노 전 상원의원은 1983년 미국에서 망명을 마치고 귀국하다가 공항에서 암살당했다. 그의 암살로 필리핀에서 피플스 파워 혁명이 촉발됐다.
로드리오 두데르테 대통령의 대변인 해리 로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아키노 사망을 전하며, “전 대통령이 국가에 대한 기여와 봉사에 감사하며, 영원한 안식을 빌어주기를 국민들에게 당부한다”고 애도를 표했다. 필리핀 언론들은 이날 그의 사망 전에 그가 마닐라의 한 병원에 급히 입원했다고 보도했다. 그의 사인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2000년에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아키노는 상원의원을 거쳐 서 2009년 어머니 코라손 아키노가 암으로 사망하면서 대선에 출마했다. 어머니에 대한 추모열기가 고조되자,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는 무난하게 당선됐다. 글로리아 아로요 당시 대통령의 부정부패에 실망한 유권자들은 필리핀 민주화를 주도한 아키노 집안 출신의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아로요는 퇴임 뒤 부패혐의로 체포됐다.
아키노의 재직 기간 중 필리핀은 연 6% 이상의 경제성장을 했다. 필리핀의 경제를 안정시켰으나, 고질적인 빈곤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후임자인 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키노와는 달리 서민 출신으로 반엘리트, 반족벌정치를 표방하며, 범죄 및 부패와의 싸움을 내걸었다.
아키노 집안의 유일한 아들인 그는 독신으로 지내왔다. 유족으로는 4명의 자매가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