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DF)-41인 2019년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돌 기념일 열병식에서 등장했다. 행사는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10.1
중국이 북서부 지역 간쑤성 위먼시 인근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사일로로 추정되는 시설을 100개 이상 건설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제임스 마틴 센터의 비확산연구소가 확보한 상업위성 사진 자료를 통해, 중국이 몇백 평방마일에 걸친 간쑤성 건조지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용 지하 발사시설로 보이는 시설을 건설 중인 모습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119개에 이르는 이들 시설은 중국이 다른 곳에 설치해 놓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설과 닮은꼴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의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책임자 루이스 제프리는 이들 신규 사일로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DF)-41을 보관하기 위한 시설로 추정했다. 둥펑-41은 사거리 9300마일[약 1만5천㎞)로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위성 사진을 보면, 사 일로로 보이는 시설들은 대략 2마일(3.2㎞) 남짓 떨어져 커다란 돔 같은 덮개로 덮여 있다. 돔 같은 덮개가 없는 곳에서는 건설 일꾼들이 지하에 둥근 모양의 구덩이를 파고 있는 모습이 관측된다. 또 다른 건설 현장에서는 통제센터로 보이는 시설이 반쯤 지어져 있다.
본격적인 건설 작업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지만, 준비작업은 그보다 앞서 몇 달 동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된 위성 사진을 비교해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건설 작업이 진척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번에 건설되는 사일로에 새로운 핵무기가 얼마나 더 수용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기만용으로 가짜 사일로를 운용한 전력이 있는 점에 비춰 추가되는 일부 사일로는 기만용으로 운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제임스 마틴 센터의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프리 루이스는 중국이 핵억제력의 신뢰성을 더 높이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건설되고 있는 사일로까지 합치면 중국 전역에서 건설되고 있는 사일로는 145개가 된다”며 “중국이 미국의 선제 핵공격에도 살아남아 미국의 방공망을 뚫고 보복공격할 수 있는 핵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핵전력을 늘리려고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핵전력은 미국과 러시아에 견주면 한참 떨어진다. 중국은 핵탄두 250~350기를 보유한 반면, 미국과 러시아는 합쳐서 1만1천여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 등을 감안해 중국은 ‘제한된 억제력’을 핵교리로 삼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에서는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력 현대화 프로그램 때문에 중국의 핵억제력이 신뢰성을 잃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핵전력 증강 움직임을 경계하며 중국을 핵군축 협상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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