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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영국, 인도·태평양에 전함 2척 상주 배치…‘중국’ 겨냥 포석인 듯

등록 2021-07-21 14:16수정 2021-07-22 02:32

영국 해군의 항모 ‘퀸 엘리자베스’가 5월 나토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영국 해군의 항모 ‘퀸 엘리자베스’가 5월 나토 군사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영국이 올 하반기부터 인도-태평양 해역에 전함 2척을 보내 상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 견제 및 봉쇄 시도에 군사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이어서, 이 지역의 군사적 대립과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20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의 기시 노부오 방위상과 만나 회담한 뒤 양국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런 계획을 밝혔다. 영국 국방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월러스 장관은 “영국은 ‘퀸 엘리자베스’ 항모타격단의 첫 배치 뒤 올해 말부터 인도·태평양 지역에 연안 초계함(적의 공격에 대비해 연안 해상을 경계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군함) 2척을 영구적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 타격단은 중국이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와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를 지나, 인도와 싱가포르, 한국 등을 경유한 뒤 9월께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항모타격단은 F-35B 스텔스기 등을 탑재한 퀸 엘리자베스 항모를 비롯해 구축함과 호위함, 지원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에서 퀸 엘리자베스 항모는 미 해군 7함대의 거점기지인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 기항하며, 구축함 등 다른 함정들은 나가사키현 사세보, 오키나와 등에 흩어져 입항한다.

영국은 퀸 엘리자베스 항모타격단 방일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에 상주시킬 초계함 2척의 운용과 관련해 기항할 영구 기지를 갖진 않을 것이라고 도쿄 주재 영국 대사관이 밝혔다. 일본의 <지지통신>은 영국이 초계함 운용에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의 보급 지원을 상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러스 장관은 이날 또 “몇 년 안에는 ‘연안대응부대’(LRG)를 보내서, 앞으로 이 지역(인도·태평양 지역)의 집단 방위와 안보에 대한 영국의 공헌을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연안대응부대는 영국이 최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연안 상륙부대를 신속하게 전개할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군사조직을 말한다.

영국은 지난 3월 향후 2030년까지 적용할 ‘국방·안보·개발·외교정책 통합 검토’(IR)를 발표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를 확대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월러스 장관의 발언은 이런 정책 구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의 부상에 대항하기 위해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미국 주변으로 결집하는 흐름이 군사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는 의미를 띠고 있어서,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또 이런 분위기는 한국에 미-중간 선택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월러스 장관의 발언을 환영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영국이 상호 연결된 동맹과 파트너 나라들에 대한 공헌 의지를 밝힌 것을 축하한다며 “동맹과 파트너 나라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항해의 자유와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지원하고 상호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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