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해군 호위함 ‘바이에른’. 독일 해군 누리집
독일 해군의 호위함 1척이 인도-태평양 해역을 향해 출항했다. 독일 전투함의 이 지역 파견은 거의 20년 만이다.
독일 해군의 호위함 ‘바이에른’이 2일(현지시각) 병력 230여명을 태우고 독일 북부의 항구 빌헬름스하펜을 출항했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바이에른은 오는 12월께 동아시아 해역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바이에른은 항해 중에 유럽연합의 해적 퇴치 활동에도 참여하고 북한의 유엔 결의 제재 위반 행위를 감시하는 활동도 지원할 예정이다.
바이에른은 이번 항해에서 남중국해를 통과할 계획이다. 이 해역은 대부분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미국과 남중국해 주변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핵심지역이다. 그러나 또 다른 잠재적인 분쟁 지역인 대만해협 통과는 시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데페아> 통신은 전했다. 독일은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군사 행동에 나서는 것을 꺼려왔다. 중국에 대해 미국과 달리 온건한 입장을 취해왔고 중국과의 경제협력과 교류도 비교적 많은 편이다. 아시아 지역에 군함을 파견하는 것도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이런 독일이 인도·태평양 해역에 군함을 파견하는 데에는 최근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대중 강경 입장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은 지난 3월 중국 고위공직자 4명에 대해 위구르 인권 침해 혐의로 제재를 단행했으며 6월엔 중국과의 투자협정 비준을 보류했다. 또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문제와 홍콩, 대만해협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대중 강경 입장을 담은 선언문이 채택됐다.
이번 독일의 군함 파견은 영국이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를 인도·태평양 해역에 파견하고 앞으로 이 해역에 초계함 2척을 상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유럽 나토 회원국들 사이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견제에 한몫하겠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자체적으로도 지난해 ‘인도태평양 정책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아시아 지역 관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따.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은 이날 바이에른의 출항에 앞서 “우리의 메시지는 명백하다. 우리는 동맹국과 파트너들과 함께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출항의 목적과 관련해 중국 등 특정국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인도·태평양의 우리 파트너들에게 해상로가 더는 개방돼 있지 않고 안전하지 않다는 건 현실“이라며 “영유권 주장은 법에 따라 적용되어야 한다”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겨냥했다. 또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부 장관은 전날 “인도·태평양은 미래의 세계 질서를 결정할 곳”이라며 “우리는 질서 형성을 돕고 규칙에 따른 세계 질서 형성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