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4개국 정상들이 지난 2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첫 대면 정상회의를 하러 걸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인도 등 4개국이 2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인 쿼드의 첫 대면 정상회의를 열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결의를 확인했다. 20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고 중국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경제 분야에서는 ‘쿼드’, 군사 분야에서는 미·영·오스트레일리아 동맹체인 ‘오커스’를 축으로 중국 압박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정상회의 뒤 공동성명을 내어 “우리는 강압에 흔들림 없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칙에 기초한 질서 촉진에 전념한다”며 “이는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의 안보와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4개국은 장관급이던 쿼드 회의를 지난 3월 처음 정상회의로 격상해 화상으로 진행했다. 정상들은 매년 정상과 외교장관이 만나는 협력을 강화하는 등 이 협의체를 연례화하기로 했다.
6개월 전과 마찬가지로 이날 공동성명엔 ‘중국’이라는 단어가 단 한번도 포함되지 않았지만, 온통 중국을 겨냥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법치, 항행의 자유, 분쟁의 평화적인 해결, 민주적 가치, 국가들의 영토적 온전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해상의 규칙과 기반 질서에 대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 유엔해양법협약 등 국제법 준수를 계속 옹호하겠다”고 했다. 현재 중국이 동중국해·남중국해에 내놓고 있는 영토 주장, 홍콩과 신장위구르의 인권 문제, 대만의 안전을 위협하는 군사적 움직임 등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성명에 담긴 구체적 합의 사항들도 중국의 경제적, 외교적 부상을 견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난 3월 코로나19, 기후변화, 인프라, 핵심·신기술 등 분야에서 협력을 다짐한 네 정상은 이번에는 △위성 데이터 정보 공유 △5세대 통신(5G) 등 통신기술 협력 △반도체 공급망 협력 등으로 분야를 확장했다.
구체적으로 위성 데이터 정보 공유는 기후변화 모니터링과 재난 대비 등 평화적 목적을 위해 4개국이 우주 공간에서도 협력하자는 것이다. 통신망과 관련해서는 “안전하고 개방되고 투명한 5G의 배치”를 강조했다. 중국이 5G망을 통해 다른 나라의 정보를 빼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표현으로 읽힌다. 네 정상은 또 ‘반도체 공급망 계획(이니셔티브)’을 출범시켜 반도체와 핵심 부품 보유량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날 가장 이목을 끈 내용은 4개국이 공개한 ‘기술 디자인·개발·거버넌스·이용에 관한 쿼드 원칙’이다. 이들은 기술 개발과 사용 등이 “공통의 민주적 가치와 보편적 인권 존중”에 의해 이뤄져야 하며, 이런 원칙이 인도·태평양뿐 아니라 전세계에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첨단산업 분야의 승패를 사실상 결정하는 ‘기술 표준’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프라 건설 지원을 위한 ‘쿼드 인프라 협력 그룹’을 만들어 인프라 수요를 파악하고 기술 지원 등을 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대 구상인 ‘일대일로’에 맞서 중저소득 국가들의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다는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합의사항을 인도·태평양에서 좀더 진전시킨 것이다. 과학 분야 발전을 위해 해마다 각국 25명씩 모두 100명의 장학생을 후원하는 ‘쿼드 펠로십’도 출범시키기로 했다.
미국은 쿼드의 외연 확장을 위해 이 협의체가 중국에 맞서는 군사안보 협의체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쿼드 정상들은 3월에 이어 이번에도 “아세안(ASEAN)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에 대해 참가를 호소해나갈 것”이라며 “아세안이나 한국, 영국 등이 대상이 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모리슨 총리는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쿼드와 명백한 군사동맹인 오커스의 관계에 대해 “상호 강화하는 것이다. 서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태주는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워싱턴 도쿄/황준범 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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