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히불라 아라칸 로힝야 평화인권단체장. 휴먼라이츠워치 누리집
미얀마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들 인권 보호에 앞장섰던 저명한 인권 운동가가 난민촌 한복판에서 괴한들에게 살해됐다.
<데페아>(DPA)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경찰은 29일 괴한들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촌으로 쳐들어와 모히불라(50) 아라칸 로힝야 평화인권단체장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얼굴 일부를 스카프로 가린 괴한 4~5명이 근접 거리에서 모히불라에게 총을 쐈다고 목격자 말을 인용해 방글라데시 경찰이 밝혔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범행 동기는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범인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모히불라는 방글라데시에 있는 110여만 로힝야 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권 운동가였다. 미얀마에서 교사였던 그는 지난 2017년 방글라데시 내 대표적 로힝야 난민촌인 콕스바자르 난민촌으로 들어왔다.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자주 박해의 대상이 됐다. 특히 지난 2012년 로힝야족이 다수 거주하는 미얀마 북부 라카인주에서 라카인족과 로힝야족 사이에 일어난 유혈충돌을 계기로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있다. 이후 로힝야족 수십만명이 이웃한 방글라데시로 건너가 난민이 되었다. 모히불라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다. 모히불라는 지난 2019년 미국 백악관에 초청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로힝야족이 받는 박해에 대해 호소하기도 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모히불라가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 난민 100만여명의 지도자였다며 그를 추모했다. 미나크시 간굴리 남아시아지부장은 “모히불라의 죽음은 난민 캠프에서 자유를 외치고 폭력에 맞서는 이들에게 닥친 위험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나크시 지부장은 “방글라데시 당국은 즉시 모히불라 살해와 난민 캠프 내 로힝야족에 대한 공격을 조사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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