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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미국의 MD 뚫어라’ 극초음속 띄운 중국…‘미사일 대전’ 불붙나

등록 2021-11-16 04:59수정 2021-11-16 09:20

[뉴스분석] 중국은 왜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나

대미갈등 격화 속 대만문제 등 돌출
중, 핵전력 등 군사적 열세 위기의식
미국 과잉 대응 땐 군비경쟁 불가피
전문가 “MD 다시 군축협상 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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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 8월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중 간 전략무기 군비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중 간 군비경쟁은 연쇄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갈등과 긴장을 높일 소지가 커 군비통제와 군축협상 등 대화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는 사실은 지난달 17일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로 공개됐다. 신문은 “중국 군당국이 지난 8월 극초음속 미사일을 우주로 발사해 지구 궤도를 돌다가 낙하해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도록 하는 시험을 했다. 중국의 위성발사 로켓인 ‘창정’에 실려 궤도에 올려졌고 발사된 미사일은 목표물에서 24마일(38㎞)쯤 빗나갔다”고 전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달 18일 이 보도에 대해 “우주선의 재활용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우주발사 시험이었다”고 부인했다. 로켓 등 우주선 재활용 기술은 비용 절감을 위해 ‘스페이스엑스(X)’ 등 미국의 우주기업들도 연구·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군사용 무기 개발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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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 미사일+부분궤도 폭격’의 결합

이번 시험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 ‘창정’은 중국의 우주선 발사용 로켓이다. 또 지하 격납고에도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연료 충전과 발사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려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게 쏠 수 있어야 하는 군사용 로켓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이런 점은 중국 외교부가 “군사용 발사 시험이 아니었다”고 해명한 점과 어느 정도 부합한다.

그러나 중국이 군사적 목적으로 ‘부분궤도폭격체계’(FOBS)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결합해 운용하는 시험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전문가들은 여전하다. 부분궤도폭격체계와 극초음속 미사일의 기술이 우주발사체 재활용 기술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마하 5) 이상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말한다. 대기권 밖으로 치솟아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대기권에 머물며 비교적 낮은 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지상 레이더로 조기에 탐지하기 어렵다.

부분궤도폭격체계는 미사일을 위성궤도에 쏘아 올린 뒤 지구를 돌게 하다가 특정 지점에서 지상으로 하강시켜 목표물을 타격하도록 만든 무기다. 적의 뒤쪽으로 궤도비행을 한 뒤 기습 공격을 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부분궤도’인 이유는 위성궤도를 한바퀴 다 돌기 전에 미사일을 지상으로 발사하기 때문이다. 한바퀴 다 돌게 되면 정식 궤도비행으로 간주돼, 대량파괴무기 운반체의 궤도비행을 금지한 1967년 우주조약에 저촉된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국제연구소 동아시아비핵화프로젝트(EANP) 국장은 중국이 부분궤도폭격체계와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베이징 입장에서 기술적으로 현실성이 있고 전략적으로도 타당한 시험 발사”라는 견해를 보였다. 에런 스타인 외교정책연구소(FPRI) 국가안보프로그램 국장대행도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와 중국의 해명이 모두 사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재활용 우주비행체는 극초음속 글라이더와 같은 기술을 사용해 지상에 착륙한다”며 “부분궤도폭격체계에서 하강하는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재활용 우주비행체와 거의 같아 둘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뭐라 말하든 중국은 사실상 극초음속 미사일을 우주궤도에 쏘아 올려 지구를 돌게 하다가 특정 지점에서 미사일 로켓을 역분사해 지상으로 발사하는 기술을 시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이 이런 군사기술의 시험·개발에 나선 것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망을 뚫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루이스 국장은 “베이징은 미국의 미사일방어망과 핵무기 현대화 등으로 자신들의 핵 억지력이 무력화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핵 억지력은 선제공격을 당했을 때 확실한 핵 보복을 할 능력을 갖춰야 작동한다. 중국의 핵미사일이 미국의 미사일방어에 막혀 보복 공격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중국은 미국에 대한 억지력을 잃게 된다. 중국으로선 이런 무장 해제 상황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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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정말 게임 체인저인가

미국에선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를 개발하고 있다며 강한 경계감을 내보인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지난달 27일 중국의 이번 발사 시험에 대해 “우리가 본 것은 극초음속 무기 시스템의 시험이라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며 “그게 바로 ‘스푸트니크 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매우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크게 우려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선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 액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프로그램 국장은 “미국은 적어도 1980년대부터 중국의 핵 공격에 노출된 상태였다”며 극초음속 미사일의 위협을 낮게 평가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우선 ‘극초음속활공미사일’(HGV)과 ‘극초음속순항미사일’(HCM)로 나뉜다. 활공미사일은 로켓 엔진에 의해 대기권 밖으로 발사돼 가속을 얻은 뒤 다시 하강해 글라이더처럼 대기권을 활공한다. 반면 순항미사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크램제트 엔진의 동력에 의해 대기권을 비행한다. 현재 실전 배치된 건 러시아의 ‘아반가르트’(아방가르드)와 중국의 ‘둥펑(DF)-17’ 등 극초음속활공미사일 계열이다.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의 군사적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러시아·중국에 뒤처졌으며, 2023년 실전 배치 목표로 개발 중이다. 극초음속순항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나라는 아직 없다. 러시아와 중국이 각각 ‘치르콘’(지르콘)과 ‘싱쿵-2’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초음속 미사일이란 이름은 마하 5 이상의 빠른 속도 때문에 붙여졌지만, 실제 속도는 마하 20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느리다. 그렇지만 탄도미사일보다 낮게 고도 30~80㎞에서 대기권을 비행하기 때문에 지상의 레이더가 조기에 탐지하기 어렵다는 장점이 있다. 지구가 곡면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고도 1000㎞ 높이의 물체는 3500㎞ 밖에서 탐지되지만, 고도 40㎞ 높이의 물체는 500㎞까지 접근해야 레이더의 탐지권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극초음속 미사일이 모든 탐지 수단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운용하는 자외선 탐지 위성을 피해 가긴 어렵다. 마하 10 이상으로 비행하는 물체는 대기권 공기와의 마찰로 표면 온도가 2000도 넘게 올라가기 때문에 밝은 자외선을 방출한다. 따라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탐지 수단 회피 능력엔 한계가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또 다른 특징은 기동비행 능력이다. 그러나 비행 방향을 바꾸는 기동비행은 엄청난 운동량을 요구하며, 이는 미사일의 스피드와 비행거리를 희생시킨다. 실제 기동비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우려하는 과학자 연맹’(UCS)은 지난 5월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성능을 분석한 뒤 “극초음속 미사일은 기존 탄도미사일보다 느리고 위성의 자외선 탐지를 피하지 못하는 등 미사일방어를 무력화할 새로운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극초음속 미사일이 게임 체인저라는 기술적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부분궤도폭격체계는 1960년대 옛소련이 냉전 시절 미국의 레이더망을 배후에서 우회하기 위해 구상한 무기체계다. 그러나 소련은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대량 배치해 보복 공격 능력을 확보한 뒤 곧바로 이 구상을 폐기했다. 부분궤도폭격체계도 미국의 지상 조기경보 레이더의 탐지거리 바깥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해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궤도에서 미사일을 지상 목표물로 발사하기 위해 필요한 역추진 로켓의 화염은 자외선 탐지 위성의 감시망을 따돌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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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방어, 군축협상 테이블에 다시 올려야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에 비해 비교적 큰 차이로 열세를 보인다. 핵탄두 보유량만 해도 미국의 우위가 뚜렷하다. 미국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2021년 10월 현재 미국은 핵무기 5600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350기에 불과하다. ‘글로벌파이어파워’가 분석한 2021년 각국의 군사비를 보더라도, 미국은 7405억달러로 중국(1782억달러)의 4배가 넘는다.

중국이 극초음속 미사일 등의 개발에 열을 올리는 배경엔 미국의 미사일방어와 핵전력 현대화 등에 따른 군사적 열세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최근 몇년 사이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미 억지력을 보강할 필요를 느낀 것으로 보인다. 사쭈캉 중국군축협회(CACDA) 명예회장이 지난 9월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을 고려해 중국도 ‘핵무기 선제 불사용’ 원칙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도발적인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에 미국이 과잉 대응하면서 군비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지난달 청문회에서 “중국은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포함해서 급속히 핵전력 증강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국이 더는 ‘최소억지전략’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최소억지전략은 적국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핵전력만 보유한다는 중국의 핵전략이다. 미-중 간 군비경쟁이 본격화하면, 불가피하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평화에도 연쇄적으로 부정적 파급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과 관련해 군비경쟁을 촉발할 군사적 과잉 대응보다는 군비통제와 군축협상 등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루이스 국장은 “지금 상황은 공포, 위기, 놀라움에 짓눌려 잘못된 외교정책을 내놓았던 2001년 9·11 테러 때와 많이 비슷하다”며 “사실 우리는 당시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조약(ABM)을 파기했는데, 이는 현재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개발에 가장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과 옛소련이 1972년 체결한 이 조약으로 서로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제한하기로 했지만, 미국은 9·11 테러 다음해인 2002년 이를 일방적으로 폐기한 뒤 미사일방어망 구축에 나섰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핵정책프로그램 선임연구원도 “미국이 미사일방어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으면 러시아와 중국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각국이 값비싸고 복잡하고 위험한 핵전력 운반 수단을 추구할 동력도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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