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체포됐다가 석방된 미국인 기자 대니 펜스터가 15일 카타르 도하 공항에 도착했다. 카타르/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사정부에 체포됐던 미국 언론인 데니 펜스터가 11년형을 선고받은 지 사흘 만에 전격 석방됐다. 미국 쪽 석방 요구와 함께 일본 쪽 도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15일(현지시각) 펜스터를 인도적인 배려로 사면한다고 발표하고, 양곤의 인세인 감옥에 176일째 수감돼 있는 그를 석방했다. 펜스터는 이날 밤 양곤 공항을 출발해 카타르를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 펜스터는 카타르에서 마주친 기자들에게 “나는 이유 없이 체포되고 억류됐다”며 “굶주리거나 맞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펜스터는 2019년 미얀마로 건너와 군부 쿠데타에 비판적인 매체인 <미얀마 나우>와 <프런티어 미얀마>에서 편집장 등으로 일했다. 지난 5월 미얀마를 출국하는 과정에서 군부에 붙잡혔고, 외국 기자 중 유일한 수감자로 남았다. 그의 석방 여부는 미국과 미얀마와의 관계를 시험하는 중대한 시험대로 받아들여졌다.
펜스터의 최근 2주일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출렁였다. 지난 2일 주유엔 미국 대사를 지낸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개인 자격으로 미얀마를 방문해 군정 최고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을 면담했다. 리처드슨은 면담 뒤 펜스터 문제가 대화 주제로 나오지 않았다고 했지만, 믿기 힘든 얘기였다.
일주일 뒤 이상 신호가 나왔다. 지난 9일 미얀마 군부가 펜스터에 대해 테러와 선동 혐의를 추가해 기소했다.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는 혐의였다. 또 사흘 뒤인 12일 미얀마 법원은 펜스터에게 적용된 기존 혐의인 이민법 위반 및 군부에 대한 적대행위 선동 등을 인정해 11년형을 선고했다.
미얀마 군사정부에 의해 체포됐던 미국 언론인 데니 펜스터와 그의 석방을 협상했던 빌 리처드슨 전 미국 대사. 석방된 펜스터가 수도 네피도 공항을 떠나기 앞서 리처드슨 대사와 찍은 사진이 미얀마 독립언론인의 트위터에 올랐다.
하지만 사흘 뒤인 15일 펜스터가 전격 석방되면서 미국과 미얀마 간 물밑 대화가 활발하게 진행됐음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리처드슨 전 대사는 펜스터의 석방을 놓고 군사정부 수반인 민 아웅 흘라잉 장군과 직접 대면 협상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펜스터의 석방 대가로 무엇을 약속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의 공보부 부장관인 조 민 툰 장군은 <비비시>(BBC) 방송에 미얀마는 “이미 펜스터를 석방할 의도가 있었다”며 인도적인 이유로 그를 석방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석방 대가로 미국이 약속한 것이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며 “다른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미얀마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번 석방에는 일본 쪽 지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부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펜스터의 석방에는 빌 리처드슨의 인도주의적 요청 이외에 사사카와 요헤이 일본재단 이사장, 와타나베 히데오 일본미얀마협회 회장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극우 성향인 일본재단의 사사카와 이사장은 지난 13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을 만났다. 또 와타나베 히데오 회장은 주식회사 ‘일본미얀마개발기구’의 대표이사로,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과 손잡고 국방부 소유 토지의 개발 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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