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인도 수도 뉴델리 고속도로에서 차들이 스모그로 뿌연 거리를 달리고 있다. 뉴델리/로이터 연합뉴스
스모그 때문에 각급 학교 무기한 휴교령을 내린 인도 수도 뉴델리 당국이 전례 없는 수도 ‘록다운’(도시 봉쇄)까지 고려 중이다.
뉴델리가 포함된 델리 당국은 교통량 및 공기질 악화 관련 활동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주말 도시 봉쇄를 하는 방안에 대해 열려 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17일 뉴델리의 PM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300㎍/㎥를 넘겼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기준치인 25㎍/㎥의 10배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시 봉쇄가 시행될지 여부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인도 당국은 이미 도시 기능의 상당 부분을 스스로 멈추는 결정을 내린 상태다. 인도 공기질관리위원회(CAQM)는 학생들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델리 전역의 모든 학교를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닫으라는 휴교령을 내렸다. 그 때문에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뉴델리 반경 300㎞ 이내에 있는 화력발전소 11곳 가운데 6곳에 대해서도 30일까지 가동 중단 명령이 떨어졌다. 대부분의 건설 공사도 21일까지 중단된다. 이 밖에 공무원 절반 재택근무, 21일까지 필수 제품 제외한 화물차 도심 진입 금지 등의 초강력 조처가 내려졌다.
인도 대기 오염은 수도 뉴델리를 포함한 북인도 전역에서 고질적인 문제다. 스위스 공기정화장치 기업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대기 오염이 심각한 도시 15곳 가운데 10곳이 북인도에 있다. 그중에서도 뉴델리는 악명이 높다. 대기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인 화력발전과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때문이다. 특히 겨울이 되어 기온이 떨어지면, 공기 움직임이 둔하되며 스모그가 극심해진다. 농민들도 추수가 끝난 뒤 잔여물들을 태우고 힌두교 축제인 디왈리(11월4~8일) 기간에 전국적으로 사람들이 폭죽을 터뜨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국제 의학잡지 <랜싯>은 인도에서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해 100만명가량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2천만명이 사는 초거대도시인 델리를 완벽히 봉쇄할 수 있을진 확실하지 않다. 인도상공회의소(CTI)는 “도시 봉쇄는 오염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은 힌두교도 결혼이 많이 이뤄지는 겨울철이라는 점을 들어 수도 봉쇄가 이뤄지면 고용 등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인도 대법원은 대기 오염 대응을 요구하는 최근 18살 환경운동가 청원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델리 당국의 환경 오염 문제 대처에 개입해왔다. 느린 대처로 비난받고 있는 델리 당국은 수도 봉쇄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도 대법원 허가를 거친 뒤 할 태세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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