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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카자흐 반정부 시위 격화…대통령 관저 습격, 수십명 사망

등록 2022-01-06 16:44수정 2022-01-07 02:32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시위 격화
시청사·대통령 관저 습격당하고
공항도 점거당해 한때 운영 정지
대통령 전국 비상사태 선포
나자르바예프 30년 독재 불만 근본 원인
6일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에 대테러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가 연료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배치돼 있다. 알마티/타스 연합뉴스
6일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인 알마티에 대테러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가 연료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배치돼 있다. 알마티/타스 연합뉴스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에서 연료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되면서 수십명이 숨지고 대통령 관저가 습격당하는 대혼란이 벌어졌다. 옛 소련 영토에 대한 서구와 러시아 간의 세력 다툼인 ‘우크라이나 위기’가 한참 진행 중인 가운데 발생한 민감한 사태여서 향후 사태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시위대들이 5일 시청과 대통령 관저를 습격하고 불을 질렀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시위대는 알마티 공항에도 난입해 한때 공항 운영이 정지됐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5일 밤 알마티 공항에 도착했으나 시위 때문에 승객들이 알마티 공항 내 소방시설에서 머물다가 이튿날인 6일 호텔과 자택으로 이동했다. 주알마티 한국영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인 승객은 40여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알마티에서 대중교통은 운행하지 않고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경찰 대변인은 국영방송인 <하바르 24>에 6일 나와 “지난밤 알마티 경찰청사를 비롯해 정부 건물을 공격했던 극단주의자들 수십명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군경도 최소 13명이 숨지고 350명 이상이 다쳤다. 카자흐스탄 보건부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이 다치고 400명 이상이 입원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2일 카스피해 연안 유전지대인 만기스타우주 자나오젠에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지난해 1리터당 평균 50텡게(138원)에서 새해 120텡게(331원)로 두배로 오르자,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시작됐다.

애초 연료 가격 인상에 초점을 맞췄던 시위대의 요구는 곧 지역대표 직선제 등 정치적 요구로 확대됐다. 지역적으로도 최대 도시 알마티 등으로 번진 상태다.

시위 양상이 점점 과격해지자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4일 알마티와 만기스타우주에 2주간 비상사태를 발령했다. 또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액화석유가스 가격을 1리터당 50텡게로 낮췄다. 그래도 시위가 이어지자 5일엔 내각 총사퇴서를 수리한다고도 발표했고, 오후엔 비상사태와 야간 통금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경제적 동기를 가진 음모자들이 (시위를) 철저히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수도(누르술탄)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연료 가격 급등이라는 경제적 이유로 시작됐지만, 근본적으로는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한 뒤 30년 가까이 집권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나자르바예프는 2019년 3월 퇴임했다. 하지만 후계자로 토카예프 대통령을 앉혀놓고 국가안보회의 의장을 맡는 등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수도 이름도 아스타나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누르술탄으로 바꿨고, 12월1일을 ‘초대 대통령의 날’로 지정했다.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은 석유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됐다. 그와 동시에 빈부 격차와 지배층의 부패 등 고질적인 문제로 시름하는 중이다. 시위대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노인은 물러가라” 같은 구호를 외쳤고, 동상을 줄로 묶어서 끌어내리려 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토카예프 대통령은 5일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대신해 자신이 직접 국가안보회의 의장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또 소련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국가안보위원회에서 2인자 자리를 맡았던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조카도 해임했다. 이런 조처만으로 격화된 시위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기원 곽진산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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