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 값 인상에 항의하는 카자흐스탄인들의 시위가 5일 반정부 시위로 확대됐다. 최대 도시 알마티에 모여 항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알마티/AFP 연합뉴스
카자흐스탄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대통령 관저까지 침탈당하자 러시아가 진압을 위한 공수부대를 투입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어난 이번 사태를 최대한 활용해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이 자신의 세력권 안에 있음을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등 소련에 속했던 6개 나라가 결성한 안보기구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의장인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5일 “외부의 간섭으로 혼란에 빠진 카자흐스탄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평화유지 병력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이날 아침 전국에 중계된 연설에서 “외국에서 폭넓은 훈련을 받아온 테러 단체들”과 싸우기 위해 집단안보조약기구에 도움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인 6일 “러시아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에 공수부대원들을 투입했다”며 “선발대가 이미 임무 수행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집단안보조약기구는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 나라가 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 결성한 군사·안보 협력체이다. 2002년엔 회원국이 안보를 위협당하면 조약국 전체가 개입하는 집단안전보장을 실현할 수 있는 ‘상설 기구’로 성격을 바꿨다. 과거 냉전 때 소련이 주도한 동구권의 바르샤바조약기구와 성격이 유사하다. 다른 말로 바꾸면, 러시아가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라 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은 인구 1900만명에 불과하지만 국토가 프랑스의 5배나 된다. 석유와 광물 등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데다 광활한 영토를 자랑해 옛 소련에 속했던 국가들 가운데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라 할 수 있다.
러시아는 평화유지군을 통해 토카예프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위가 격화돼 평화유지군이 시민들과 충돌하게 되면, 러시아의 부담은 커지고 자칫하면 반러시아 운동이 촉발될 수도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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