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미얀마 군 헬리콥터가 지난달 21일 카야주에서 로켓 공격을 하는 모습이라고 미얀마 반군부 민병대 조직인 ‘프리 버마 레이전스’가 공개한 동영상 중 일부화면. A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정권이 체계적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반인도 범죄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의 유엔(UN)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해 2월1일 미얀마 쿠데타 발생 이후 미얀마 군부 인권 침해에 대해 광범위하게 다룬 첫 유엔 보고서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15일 보고서를 공개하며 “미얀마 국민이 겪고 있는 끔찍한 국제법 위반 상황은 단호하고 결연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49차 유엔 인권위원회 회의에 제출된 이번 보고서에서, 유엔은 미얀마군이 민간인 머리를 겨냥해 사격하고 산채로 태워 죽이고 고문하고 인간방패로 삼는 등 “노골적으로 인명을 경시했다”고 비판했다. 미얀마군이 인구 밀집 지역에 중화기를 사용하고 공습도 했다고 비판했다. 유엔은 피해자 155명 이상과 목격자 및 지원자들을 인터뷰하고 위성 촬영 사진 등을 바탕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보고서에 적힌 사례는 미얀마인들이 겪은 피해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대표적 인권 침해 사례 중 하나로 지난해 7월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 40명이 살해됐으며, 희생자 중 일부는 손과 발이 묶인 상태의 주검으로 발견된 것을 들었다. 또한 지난해 12월 동부 카야주에서는 군인들이 남자와 여자, 아이들 40명의 주검을 불태웠는데,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일부는 산채로 불태운 흔적이 있다고 적었다.
유엔은 미얀마 군부와 군부 협조자들에 살해당한 이들 숫자가 최소 1600명에 이르며 1만25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또 44만명 이상이 집을 떠나 피란길에 올랐으며 1400만명 가량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끌려간 이들은 음식과 물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일부는 정체불명의 약물을 주사를 맞고 무슬림에게는 금기인 돼지고기를 먹도록 강요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군부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반군부세력이 살해한 지역당국자나 가족도 최소 543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바칠레트 대표는 군부의 잔인한 탄압에도 민주화를 향한 미얀마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고 했다. 바첼레트 대표는 “그들(미얀마인들)은 민주주의와 그들의 뜻을 반영한 정부의 복귀를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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