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백악관에서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새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 창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다른 두 정상이 화상으로 참여한 가운데 하고 있다. 왼쪽 화면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오른쪽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정상들이 극초음속미사일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5일(현지시각) 공동 성명을 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가 “오늘 극초음속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 대응 능력, 전자전 능력에 대한 새로운 3국 협력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커스는 지난해 9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력 확장과 영향력 증대를 견제하기 위해 3국이 출범시킨 안보군사 동맹이다. 출범 당시 미국은 오스트레일리아에 핵추진잠수함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오스트레일리아는 프랑스와 맺은 재래식 잠수함 구매 계약을 파기해 프랑스가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대해 세 나라 정상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핵추진잠수함 건설과 관련한 3국 프로그램에서 진전을 이룩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오커스의 극초음속미사일 분야 협력 선언은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러시아와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3국간 국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중국의 극초음속미사일에 대해 “스푸트니크 순간”이란 표현을 동원해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러시아는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극초음속미사일을 몇 차례 발사했다.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거의 막을 수 없는 중대한 무기”라며 경계한 바 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음속보다 5배 이상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탄도미사일보다는 느리지만 순항미사일처럼 낮은 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하기 쉽지 않은 강점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2019년부터 극초음속활공미사일 ‘아반가르트’를 실전 배치해 놓고 있으며, 전투기에 탑재하는 극초음속미사일 ‘킨잘’도 운용하고 있다. 또 2020년대 초반 실전배치를 목표로 극초음순항미사일 ‘치르콘’을 개발 중이다. 중국도 2020년부터 극초음속활공미사일 ‘둥펑-17’을 실전 배치해 운용 중이다. 이밖에 프랑스와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일본 등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 중이며, 한국과 이란, 이스라엘도 기본 기술 연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극초음속미사일의 연구 개발비로 47억 달러(5조7316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이미 ‘사이파이어’(SCIFiRE)라는 극초음속미사일 협력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중이다. 이번 3국간 협력 선언과 관련해 영국 당국자는 “지금 영국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연구·개발 등에서 3국간 협력에 참여해 이들 분야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에 대해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는 “우크라이나 위기를 보고 싶지 않은 이는 누구라도 세계의 다른 지역을 이런 위기로 이끌지도 모를 일들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