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제도 총리 머내시 소가바레(왼쪽)와 오스트레일리아 국제개발·태평양 장관 제드 세셀자가 13일 솔로몬 제도 호니아라에서 만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호주 외교통상부 제공. 호니아라/로이터 연합뉴스
오스트레일리아가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 제도가 중국과 안보협약을 맺는 것을 막기 위해 막바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다음달 총선을 앞둔 상황임에도 최근 며칠 사이에 잇따라 고위인사를 솔로몬 제도에 파견해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고위인사가 총선운동 기간에 외교적 문제로 직접 외유에 나서는 건 드문 일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국제개발·태평양 장관인 제드 세셀자는 전날 솔로몬 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에서 총리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를 포함한 솔로몬 제도의 고위인사를 만나 중국과의 안보협약 추진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주에도 정보당국의 고위인사를 솔로몬 제도에 파견해 설득 작업을 벌인 바 있다. 세셀자 장관은 소가베레 총리 면담 뒤 “중국과의 안보협약에 서명하지 말고 우리 지역의 안보협력틀에 맞게 개방과 투명의 정신에서 태평양 국가들과 협의하자고 정중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솔로몬 제도는 중국의 전함이 솔로몬 제도에 기항해 중국 시민과 주요 시설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안보협약을 중국과 맺으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은 지난달 이런 내용이 온라인에 유출되어 공개되자, 크게 우려를 나타냈다. 스콧 모리슨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최근 중국 함선의 정기적 기항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문제여서 계속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솔로몬 제도를 방문해 대사관 개설 계획을 밝히는 등 솔로몬 제도와의 관계 강화를 약속하며 설득에 나선 바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에서 동북쪽으로 항공기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솔로몬 제도는 인구 69만명이 사는 작은 섬들로 이뤄진 나라로, 주요 항로상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이다. 중국과 솔로몬 제도의 안보협약은 미-중간 대결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 기름을 끼얹어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등 안보환경에 광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솔로몬 제도가 중국과의 안보협약을 추진하는 건 오스트레일리아 등 전통 안보 파트너들이 솔로몬 제도의 모든 안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소가바레 총리는 밝히고 있다. 그는 이 지역에서 지정학적 갈등을 부채질할 의도는 없으며 기후 변화 같은 주요 도전과제를 해결에 필요한 지원을 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주변의 우려와 관련해 중국이 솔로몬 제도 국내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도록 허용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솔로몬 제도의 안보 불안감은 지난해 11월 휩쓴 폭력시위 이후 더욱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치적 갈등과 경제난 등에 의해 촉발된 시위대는 총리 관저를 파괴하고 차이나타운을 습격해 약탈하는 등 큰 혼란을 불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당시 솔로몬 제도 정부의 요청으로 군과 경찰병력 100명을 파견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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