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0월9일 양국 수교에 즈음해 중국을 방문한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가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앞에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의장대를 사열하고 이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쌍방 안보협력 기본협정’(안보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전날 중국 외교부가 협정 체결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솔로몬제도 쪽에선 “최종 서명은 다음달 중순께 이뤄진 것”이란 말이 나온 바 있다.
20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중국과 안보협정에 이미 서명했다”고 밝혔다. 소가바레 총리는 협정 체결 시점도 밝히지 않은 채, 협정 전문 공개 요구엔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정부의 승인에 따라 최근 왕이 외교부장과 제레미아 마넬레 솔로몬제도 외교장관이 안보 협정에 정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솔로몬제도 쪽에선 양국이 협정에 최종 서명한 것은 아니란 얘기가 나온 바 있다. 실제 더글라스 에테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협정이 최종 체결된 것은 아니며, 5월 중순께 중국 당국자들이 솔로몬제도를 방문해 협정에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필두로 미국의 협정 체결을 막기 위해 솔로몬제도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하자, 중국이 ‘선수’를 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18일 미국 백악관은 “캠벨 조정관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이 이번 주에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솔로몬제도를 비롯해 피지와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 도서국 3곳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왕 대변인이 밝힌 협정의 주요 내용은 중국이 솔로몬제도에△사회질서 유지 △국민 생명·재산 보호 △인도주의적 지원 △자연재해 대응 등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눈여겨 볼 대목은 왕 대변인이 “솔로몬제도가 자체 안보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점이다. 솔로몬제도 군·경 훈련을 명분으로 중국군이 일종의 ‘군사자문단’ 형식으로 장기 주둔할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기 때문이다. 협정 초안에는 솔로몬제도의 동의 아래 중국이 자체 필요에 따라 △함정 정박 및 경유 △보급품 조달 등을 할 수 있으며, 현지 진출 중국군에겐 면책 특권을 부여하는 규정까지 마련돼 있다. 초안 7조는 협정이 “서명 즉시 발효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중국·솔로몬제도 양쪽 모두 협정 발효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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