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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중국, 캄보디아에 두 번째 ‘해외기지’…이번주 착공식 예정

등록 2022-06-07 13:49수정 2022-06-08 02:47

중국 영유권 주장하는 남중국해 코앞 레암 기지
중 해군력 해외 투사 위한 지원시설로 활용될 듯
미 해군의 유도탄구축함 ‘그레이블리’가 5일 폴란드 그디니아항에 정박하고 있다. 그디니아/EPA 연합뉴스
미 해군의 유도탄구축함 ‘그레이블리’가 5일 폴란드 그디니아항에 정박하고 있다. 그디니아/EPA 연합뉴스
중국이 비밀리에 캄보디아에 해군기지 건설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지가 건설되면 중국 해군의 인도·태평양 진출 거점으로 활용돼 이 지역을 둘러싼 미국과 힘겨루기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오는 9일 타이만에 면한 캄보디아 남부 레암 해군기지 북쪽에 중국군 전용의 기지 건설을 위한 착공식을 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6일(현지시각) 서구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군의 해외기지 건설은 동아프리카의 지부티에 이어 두번째며,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인도·태평양 지역에선 처음이다. 이번에 건설될 기지는 대양 해군을 꿈꾸는 중국 해군이 이 지역에서 미군과 경쟁하기 위한 원양 작전 등에 필요한 군사지원 시설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2019년 캄보디아가 중국과 자국 내 해군기지 사용을 허용하는 비밀 조약을 맺었다고 보도했으나, 두 나라는 강력히 부인했었다. 하지만, 지난 주말 베이징의 중국 당국자는 <워싱턴 포스트>에 “레암 기지의 일부를 중국군이 사용할 것”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기지를 중국군이 독점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과학자들도 이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같은 기지 내 캄보디아군 지역과 시설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미 캄보디아 대사관은 이에 대해 헌법상 국내에 외국 군사기지가 허용되지 않는다며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이어 “기지 개보수 공사는 오직 캄보디아 해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애초 신문의 사실 확인 요구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문 보도 뒤인 7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캄보디아의 부인 입장을 원용하며 “미국 쪽이 캄보디아의 입장을 묵살하고 악의적 추측을 거듭하며 먹칠하고 심지어 캄보디아를 위협·압박하는 것은 전형적인 괴롭히기 행태”라고 반박했다.

중국과 캄보디아는 그동안 레암 기지에서 중국군의 모습이 눈에 띄는 것을 철저히 통제해왔다고 신문이 전했다. 외국 사절이 방문할 땐 제한된 구역에만 접근을 허용하고 중국군 인사들은 미리 캄보디아 군복이나 민간인 옷으로 갈아입도록 했다. 지난해엔 레암 기지에 있던 ‘합동 베트남 우정’ 사무실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영유권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쪽 인사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는 일이 없도록 미리 조처한 것이다. 신문은 캄보디아가 레암 기지의 중국군 임대 사실을 부인하며 비밀 유지에 힘쓰는 것은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등 국내 정치의 민감성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17년 처음 중요 원유 수송로인 아프리카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지부티에 해외 군사기지를 건설한 이래 군사시설 네트워크 확장을 추진해왔다. 그동안 캄보디아를 포함해 타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스리랑카, 탄자니아, 아랍에미리트 등을 후보지로 꼽고 해당국에 의사타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군의 기지 네트워크가 “미군 작전에 개입하고 미군에 대한 공격 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고 경계해 왔다.

중국은 지난해 비밀리에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 근처에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당시 미국 당국자들이 급거 아랍에미리트로 날아가 당국자들을 면담한 뒤 건설 공사가 중단됐다. 중국은 지난 4월엔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약을 맺었다. 협약엔 중국이 솔로몬제도의 질서 유지를 위해 군경을 파견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어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우려를 낳았다. 솔로몬제도 정부는 “중국에 군사기지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방어막을 쳤으나, 미국 등은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번에 캄보디아에 건설되는 중국 해군기지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력 투사를 위한 기지일 뿐 아니라 중국군의 ‘베이두 위성항법시스템’을 위한 지상기지로도 활용될 예정이라고 신문이 전했다. 베이두는 미군 위성항법시스템(GPS·지피에스)의 중국판으로, 군병력과 장비, 자산의 이동, 미사일의 정밀 유도를 위한 정확한 위치정보와 항법 기능을 제공하는 핵심 시설이다. 서방의 한 관리는 “중국의 해외기지는 군사력 투사에 그치지 않고 우주·항공 자산과 정보 제공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해군은 비록 질적 측면에서 아직 미국 해군에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양적으로는 함정 355척을 보유해 미군의 297척보다 많다. 게다가 중국군은 2030년까지 함정을 460척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지난해 미국 국방부 보고서가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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