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무슬림들이 6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 거리에서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욕하는 발언을 한 인도인민당(BJP) 대변인 누푸르 샤르마(37)의 체포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뭄바이/로이터 연합뉴스
인도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 대변인이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해 파문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인도인민당은 대변인에 직무정지 조치를 내리며 진화에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란 등은 최근 인도인민당 대변인 누푸르 샤르마 등이 무함마드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샤르마 대변인은 지난달 텔레비전 토론에서 국내 이슬람교도를 겨냥해 문제의 발언을 했고, 인도인민당의 델리 지부 언론 담당인 나빈 진달도 이 문제에 대해 공격적인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쿠웨이트와 카타르, 이란은 5일 자국 주재 인도 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6일 성명을 내어 “외교부는 인도인민당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규탄과 비난을 했다”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카타르는 “이런 이슬람 증오발언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고 허용되는 것은 폭력과 증오의 악순환을 부르는 위험한 일”이라며 인도의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애초 국내 정치적 논쟁에서 비롯한 발언이 국제적 문제로 커지자, 인도인민당은 서둘러 샤르마 대변인의 직무를 정지하고 언론 담당자 진달을 해임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인도인민당은 성명에서 “인도인민당은 어떤 종교의 종교적 인물에 대해서도 모욕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샤르마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이 힌두교 시바신이 모욕당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며 “내 발언이 누구를 불편하게 했거나 종교적 감정에 상처를 줬다면 조건 없이 발언을 철회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인도가 발빠르게 대응에 나선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오만 등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이 주축인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과 큰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2020~2021년 인도와 걸프협력회의 국가의 교역규모는 870억 달러(109조원)에 이르렀고, 특히 이들 국가의 원유는 인도 경제의 핵심적 에너지원이다. 또 이들 국가에는 인도인 몇백만 명이 일하고 있다. 실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4년 취임 이후 이들 나라를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관계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주류 힌두교와 소수파 무슬림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는 인도 정치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인민당 은 힌두주의 정당이며, 인도인민당 집권 뒤 2억 명에 이르는 인도 내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공격, 억압이 강화되어 왔다.
이번 논란을 부른 샤르마의 발언에 대해 카타르 주재 인도 대사는 “주변인”의 발언으로 인도 정부의 견해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샤르마의 발언을 우연한 주변인의 실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샤르마는 집권당인 인도인민당 공식 대변인으로 당의 주류 입장을 대변해왔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인도인민당의 당원들은 “힌두인의 고향인 인도가 오랜 기간 무굴제국 등 이슬람 지배자들에 의해 고통받아왔다”며 반이슬람 정서를 부추기는 발언을 끊임없이 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인도 국내의 논란이 국제적 이슈로 비화할 휘발성이 있다는 점을 인도 정치권에 알려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걸먼은 “인도가 이번 일을 계기로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가 이제 인도를 넘어 국제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인도의 국제정치 영향력이 커지고 외국과 외교·경제적 유대관계가 더 강화될수록 국내 정치 문제가 외국과의 마찰로 번질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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