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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싱가포르, 사형제 논란 가열…올해 마약 사범 8명에 집행

등록 2022-08-03 14:30수정 2022-08-04 02:33

“가혹한 처사, 인권법 위반”
사형 반대 목소리 높아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싱가포르에서 최근 마약사범 두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해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싱가포르 당국은 2일(현지시각) 마약 소지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두 명에게 형을 집행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싱가포르 당국의 마약사범 사형집행은 지난 3월 이래 모두 여덟 명에 이른다. 사형제 반대 단체에 따르면, 이번주 적어도 한 명이 더 사형집행 통고를 받은 상태다.

싱가포르에선 일정한 양이 넘는 마약을 갖고 있다 붙잡히면 사형이 선고된다. 그 기준이 헤로인은 0.5온스(14.2g) 남짓이고, 대마초는 1파운드(0.45㎏) 이상 소지하면 사형 선고 대상이다. 싱가포르 당국은 엄격한 법적용이 마약범죄를 억제하고 국제 마약조직의 침투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엔(UN) 인권 담당자들은 마약사범에 사형을 적용하는 것은 국제인권법 위반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사형을 적용받는 범죄는 중대범죄로 한정되어야 하는데, 마약은 이런 중대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인민행동당의 일당 지배체제가 견고하게 유지돼 왔다. 언론·집회의 자유 등에 대한 통제가 강력해서 국내에서 정부 정책 비판이 드문 편이다. 그러나 최근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을 잇따라 집행하면서 사형제를 둘러싼 논의가 조금씩이나마 진행되고 있다. 사형제 반대 단체에서 일하는 크리스텐 한은 “젊은 싱가포르인들은 마약에 대해 나이 든 사람들보다 관용적이어서 도덕적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물피해 방지 등을 연구·홍보하는 비정부기구인 ‘국제위해감축협회’(HRI)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마약사범에 사형을 허용하는 나라는 서른다섯 곳이다. 싱가포르는 북한, 중국, 이란 등과 함께 사형 적용이 빈번한 ‘높은 (사형제) 적용국가’ 8개 나라에 속한다. 미국은 마약사범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으나 최근 5년 동안은 집행하지 않은 ‘상징적 적용국가’로 분류된다. 유럽연합(EU)은 중대범죄까지 포함해 모든 사형제를 폐지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싱가포르 내무부는 “교통 허브인 싱가포르에 엄격한 접근이 없으면 마약이 넘쳐날 것”이라며 “사형은 엄격한 사법적 안전장치로 신중한 법적 절차를 거친 뒤에만 선고되고 집행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 국적의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집행이 이례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2010년 싱가포르에 헤로인 1.5온스(42.5g)을 반입하다 붙잡혀 사형을 선고 받은 지 10년 만엔 4월27일 34살의 나이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변호인들은 그가 지적 장애로 인해 지능지수(IQ)가 평균적 성인 보다 낮은 69에 그친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적 투쟁을 벌였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그의 지적 장애와 가난한 가족의 사정은 많은 이들의 동정을 불러일으켰다. 또, 싱가포르가 마약 범죄에 엄격히 법을 적용하는 것이 마약조직의 큰 손 대신 운반에 동원되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만 희생양 삼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형성됐다. 그의 사면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엔 10만6천명이 서명했고, 가족을 돕자는 모금운동에도 많은 이들이 참여해 1만4700달러를 모았다. 싱가포르의 20살 법대생 데프티 크리쉬난은 “우리가 오늘 마약 운반책을 벌하면 마약조직의 큰 손, 마약 귀족들은 다른 희생자를 찾아 또 마약 거래망을 구축할 것”이라며 “그들의 목숨을 빼앗는 우리는 도대체 누구냐”라고 되물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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