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노루가 25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의 해안가 빈민촌 톤도로 다가오는 가운데 한 주민이 거센 파도 속에서 헤엄쳐 움직이고 있다. 2022-09-25 마닐라/AP 연합뉴스
사상 최고의 풍속을 보이는 태풍 ‘노루’가 필리핀을 강타했다.
태풍 노루가 25일 최고 시속 240㎞의 풍속으로 수도 마닐라가 있는 주요 섬인 루손에 상륙했다고 필리핀 기상청이 발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루손의 풍속은 지난 24시간 동안 시속 90㎞나 증가했다. 기상예보관 롭 길레는 <아에프페> 에 노루의 풍속 강화는 “전례가 없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필리핀 기상청은 노루가 루손의 서쪽에 상륙에 앞서 “폭발적으로 강화됐다”며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인구 1억1천만명이 사는 필리핀의 최대 인구밀집 지역인 루손 섬에는 특급 강풍주의보가 발동됐다. 필리핀 기상청은 루손에 등급 5의 강풍주의보를 발동하는 한편 노루를 슈퍼 태풍으로 분류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루손에서 모든 관공서의 휴무 및 학교 수업 중지를 발표했다. 이날 필리핀 증시도 문을 열지 않아서, 필리핀의 경제활동은 사실상 마비됐다.
필리핀 적십사 대표인 리처드 고든은 <비비시>(BBC)에 폭우로 인해 필리핀의 많은 댐의 저장 능력이 한계에 달해 대홍수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강 수위, 교량, 산사태 위험 지역들을 관측하면서 재난에 대비하고 있다고 고등 대표는 전했다.
서태평양에서 약 7천개의 섬으로 구성된 필리핀은 매해 20여차례 태풍을 겪어왔다. 최근 들어서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잦아지고 태풍의 위력이 강해지는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몰아친 태풍 라이로 필리핀은 약 400명이 사망했다. 당시 구호팀들은 라이가 “완전한 대학살”을 빚어냈다고 묘사했다. 지난 2013년에는 태풍 하이얀이 강타해, 약 6300명이 숨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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