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동자바주 말랑시의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한 관중이 어린이를 대피시키고 있다. 이날 패배팀을 응원하는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하고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면서 최소 125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바/EPA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에서 축구경기 뒤 발생한 난동으로 적어도 125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크게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일 동자바주 말랑시의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발생한 난동으로 최소 125명이 사망했다. 동자바주 부주지사 에밀 다르닥이 2일 지역 언론인 <콤파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며, 적어도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고 11명은 위독하다고 말했다. 에밀 다르닥 부주지사는 한때 174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으나, 이후 일부 사망자가 중복 집계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자 숫자를 125명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사망자는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고는 328명이 숨졌던 1964년 페루 사고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축구경기장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1일 칸주루한 경기장에서는 동자바주 지역 축구팀인 아레마 에프시(FC)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와 경기가 있었고, 아레마가 2 대 3으로 패했다. 아레마가 안방 경기장에서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에 진 것은 23년 만이다. 아레마를 응원하는 관중이 경기장에 물병 등을 던지며 항의했고, 경기가 끝난 뒤 약 3천명이 경기장에 난입하면서 참사가 벌어졌다. 난동은 경기장 밖에서도 벌어져 경찰차 5대가 뒤집어지거나 불에 탔다.
경찰은 난동으로 경찰 2명이 숨지자 폭력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을 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루탄은 경기장 안쪽으로도 발사됐고, 겁에 질린 관중이 앞다투어 경기장을 빠져나가려고 몰리면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 안에서 최루탄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사망자 상당수가 출구에서 사람들이 몰리면서 압사 또는 질식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격자는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했고 사람들은 나가기 위해 서로를 밀치면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폭동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최루탄을 발사해서 놀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말했다. 이 경기장이 수용할 수 있는 관중 수는 3만8천명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4만2천장 가까운 표가 팔렸다.
34명이 경기장에서 사망했고 나머지 사망자 대부분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는 5살 난 어린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코 아핀타 동자바주 경찰서장은 “패배한 팀을 응원하는 관중이 경기장을 침범하고 당국이 최루탄을 발사해 관중들이 몰리고 질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말랑시 보건 책임자인 위얀토 위조요는 “혼돈 속에서 군중이 몰리고 밟히면서 질식사했다”며 “정확한 사망자 수를 집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일 경찰청장에게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는 한편 조사와 개선책이 마련될 때까지 축구경기 리그인 ‘리가 1’을 잠정 중단할 것을 인도네시아축구협회에 요청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이 참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 나라에서 축구와 관련된 비극이 이번이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는 세계적으로 역대 두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낸 축구경기장 사고다. 1964년 페루에서 열린 페루와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지역예선전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하면서 328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전에도 축구장 폭력이 문제로 지적됐다. 2018년에도 페르시자 자카르타 팬 1명이 라이벌 팀인 페르십 반둥 팬들에게 공격당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 리가 1 경기가 한때 중단됐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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