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카친주 흐파칸트(Hpakant) 마을의 목조건물이 23일(현지시각) 미얀마군의 공습으로 무너지고 뼈대만 남아 있다. 사진은 24일 촬영했다. A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23일(현지시각) 소수민족 행사장을 갑자기 공습해 적어도 50명이 숨졌다고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밝혔다.
미얀마 군사정부의 항공기는 이날 오후 북부 국경지대의 소수민족 거주지인 카친 자치주의 흐파칸트(Hpakant) 마을을 공습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카친족 자치와 독립을 위해 싸워온 정치세력 ‘카친독립기구’(KIO) 창설 62돌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목격자들은 “항공기 3대가 나타나 공격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습으로 행사에 참여한 민간인과 자치주 정부 관리, 카친독립기구 관계자 등이 50명 이상 숨졌다.
미얀마 군부는 이번 공습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미얀마 국영 방송도 24일 밤까지 전혀 관련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해 초 쿠데타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한 뒤 곳곳에서 무력 저항운동이 일어나는 등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카친독립기구는 지난 60여년 동안 카친주의 자치 확대를 위해 미얀마 군부와 무장 투쟁을 벌여왔으며, 쿠데타 이후엔 군부에 반대하는 저항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카친독립기구 대변인은 이번 공습에 대해 “전쟁범죄로도 볼 수 있는 사악한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미얀마 주재 유엔 기구는 “보안병력이 비무장 민간인에 대해 과도하고 비례의 원칙에 맞지 않는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고, 미얀마 주재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유럽연합 외교 사절들도 공동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군사정권이 민간인 보호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동남아시아 나라들의 협의체인 아세안의 회원국 외교부 장관들은 이번 주말 미얀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 계획이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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