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랜드 영화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누리집 캡춰
칸 영화제 수상작인 파키스탄 영화 ‘조이랜드’가 자국에서 돌연 상영 승인이 취소돼, 제작진이 “불법 부당한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5일(현지시각) ‘조이랜드’에 대한 해외의 호평에도 정작 파키스탄 국내에서는 상영 예정일을 한 주 앞두고 정부가 갑작스럽게 검열 승인 취소 조치를 내려 개봉이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주 말 ‘영화가 “매우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고 “품위와 도덕”에 반한다”는 서면 의견이 접수돼 논의 끝에 상영금지 조치를 내렸다.
‘조이랜드’는 파키스탄 감독 사임 사디크가 만든 영화로 결혼한 젊은 남자가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시선 심사위원상을 받았으며, 내년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도 남아시아를 대표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어 국내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보수적인 이슬람의 가치를 지지하는 쪽은 정부의 금지 조치를 반겼다. 무쉬타크 아마드 칸 상원의원은 조이랜드가 이슬람 가치에 반한다며 영화 상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디크 감독은 정부의 상영금지를 “심각한 정의 훼손”이며 “절대적으로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미 영화가 정부의 검열위원회를 통과해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음에도 정부가 뒤늦게 “몇몇 극단주의 세력의 압력에 굴복해” 승인 결정을 뒤집었다며 재고를 촉구했다. 파키스탄 인원위원회도 상영금지 조치가 지나친 트랜스젠더 혐오일 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도 반한다고 비판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논란이 커지자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나섰다. 총리실 관계자는 샤리프 총리가 상영금지 조치에 대해 “높은 수준의 검토”를 지시했다며 “검토를 위한 위원회가 문제점과 작품성을 잘 가려 상영 문제에 대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의회는 2018년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선진적인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차별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인권단체들이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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