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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혼란의 말레이, 총선 과반 정당 없어…97살 마하티르 낙선

등록 2022-11-21 14:49수정 2022-11-21 14:54

19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케다에서 한 청년 유권자가 투표 잉크가 묻은 손가락을 보여주고 있다. 케다/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케다에서 한 청년 유권자가 투표 잉크가 묻은 손가락을 보여주고 있다. 케다/AP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총선 결과 처음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탄생하지 못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려 24년간 총리를 지냈던 97살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는 이번에 낙선하면서 사실상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게 됐다.

20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말레이시아 총선 결과 전체 의회 220석 가운데 과반을 차지한 정당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이끄는 희망연대(PH)가 82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고, 무히딘 야신 전 총리가 이끄는 국민연합(PN)이 73석을 얻었다. 말레이시아 선거에서 과반 정당이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총리가 지난달 의회를 해산하면서 조기 총선이 진행됐다. 말레이시아는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가 약 60년 동안 집권하다가 2018년에 처음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직전까지 총리였던 통일말레이국민기구 소속이었던 나집 라작이 국부펀드 1MDB(1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를 동원해 나랏돈을 빼돌린 부패 스캔들이 불거졌고, 정권이 교체되긴 했으나 4년 가까이 총리가 세 번이나 바뀌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다시 통일말레이국민기구가 집권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통일말레이국민기구를 주축으로 한 여당 연합 국민전선(BN)은 30석을 얻는 데 그쳤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총선이 이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치러졌지만 “선거가 더 큰 혼란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97)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19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케다에서 투표 후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케다/AP 연합뉴스
마하티르 모하마드(97)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19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케다에서 투표 후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케다/AP 연합뉴스

이번 총선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무려 24년간 총리를 지냈던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의 낙선이다. 그는 1981∼2003년에는 통일말레이국민기구 소속으로 집권했다가 2018∼2020년에는 야권 희망연대로 나서 재집권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의 지역구에서 낙선했고, 그가 결성한 정당연합조국운동(GTA)도 의석 차지에 실패하면서 정계에서 은퇴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말레이시아의 베테랑 지도자인 마하티르가 53년 만에 선거에서 패배했다”며 “그는 지난달 인터뷰를 통해 선거에서 진다면 은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제임스 친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대의 아시아학 교수는 “우리는 마하티르의 강제 은퇴를 보고 있다”며 “대중들은 단지 그와 그의 정치 브랜드가 사라지기를 바란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한편 과반 정당이 탄생하지 못한 가운데, 희망연대와 국민연합은 저마다 자신들이 정부 구성을 위해 필요한 의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압둘라 이브니 아흐맛샤 국왕은 21일까지 연정의 구성과 지지하는 총리 후보를 알리라고 통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왕이 총리를 지명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연합과 국민전선의 연합 가능성이 있지만, 희망연대가 소수 정당을 얼마나 포섭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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